지난달 30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장관은 ‘강제 실종 희생의 날’ 성명서에서 북한에서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이에 앞서 6월24일 미 국무부는 북한을 ‘세계최악의 인신매매국가’로 지정하고 북한의 인권과 관련, 미국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17년 연속해서 북한을 최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3등급 국가로 분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신매매는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모든 국가의 개인은 자국에서 이 도전에 맞서야 하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미국이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이에 앞선 11일에는 국제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지난 4년간 국내입북 탈북자 610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위성사진 등을 통해 북한주민의 처형장소와 시체처리장소, 관련문서나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를 지도로 만들어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편 지난 5월에 열린 제3차 유엔인권이사회는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를 불러 국가별 인권상황을 점검하는 보편적 정례검토(UPR; Universal Periodic Review)를 통해 정치범 수용소 해체, 공개처형중단, 탈북송환자에 대한 처벌, 강제노동폐지 등 북한의 인권침해와 관련하여 63개안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한성대 북한대사는 ‘북한의 존엄을 공격하고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 권고안이 제시 됐다’며 사실상 유엔의 권고를 거부 내지 회피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폭압과 공포정치에 의해 유지되는 정권이라는 것이 세계 각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은 북한 정권의 창립 이래 전개된 ‘피의 숙청’, ‘주민 감시’, ‘강제 노동’ 등 일련의 비민주적ㆍ비인간적인 폭압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어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그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정권은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을 모아 놓고 고사포와 화염방사기로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처형방법도 등장시켰다. 그리고 처형도 일상화 되어 김정은 집권이후 처형된 간부가 김일성·김정일이 통치한 70년간 처형된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고 북한 고위 간부출신 탈북민은 증언했다.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는 반인도적 범죄는 물론이고 국제형사법에 저촉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특히 북한의 인권 침해는 특정개인과 집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공권력의 조직적 가담에 의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북한의 인권문제는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의 긴급성에 의해 가려져 왔다. 특히 우리정부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나 공세적 입장보다는 남북관계개선과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소극적, 제한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게다가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대하여 내정간섭과 부당한 요구라는 주장을 지속하며 무시전략과 무마전략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독일통일의 초석이 된 동방정책은 동독인들도 인권을 누리고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철학으로부터 나왔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 및 어려운 경제난을 해결하는 촉진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이나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많이 기울여 왔지만 그 실효성보다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일용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우리 정치권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한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우리 정치권은 지역 현안에는 당운(黨運)을 걸고 투쟁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전 세계가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 북한 인권개선이야말로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로 가는 초석이 아닌가.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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