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하게 갈렸지만 한쪽은 ‘오픈’(OPEN) 태세를, 또 다른 한쪽은 ‘샤이’(SHY)를 택했다. 2019년 9월을 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비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식의 정치와 국민과의 거리는 이미 그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인터넷의 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반화는 오히려 경계를 넘어 무서울 정도의 ‘내로남불의 시대’를 창조했다. 90년대 정치권에서 유행하던 내로남불이 헤게모니로 승화돼 2019년 대한민국을 완전히 집어삼킨 것이다. 내로남불이 무엇이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지 않은가.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고의 이분법적 분리만이 대한민국에 남아 있다. ▶필자의 직업도 기자다. 그런데 이 ‘내로남불의 시대’에 가장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욕을 먹는 직업이 돼 버렸다. 기자보다, ‘기레기’라는 단어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기레기 탄생 비화를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기자들이 놓치고, 방관했던 과정이 존재했기에 그 같은 프레임 속에서 일정 수의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훨씬 많은, 상당수의 기자들이 아주 쉬운 표현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현장에서 지금도 열심히 답을 찾고 있다고 믿고 싶다. ▶얼마 전 민의의 전당인 국회 정론관 복도에서 한 국회의원이 출입기자의 질문에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 의원 역시 내로남불의 시대에 살며, 안타깝게도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힌 희생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출입기자의 질문이 본인과 소속 정당, 현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에 이 같은 공격적 성향의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는지…. 역으로 조국 후보자와 관련해 답변하기 좋은 달콤한 질문이었다면, 그 기자는 아주 능력 있는, 정권의 나팔수로 회자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로남불의 시대에, 본인들의 이념과 함께하지 않는 기자들이 기레기라면 국민은 뒷전이고, 나라 살림은 못 챙기고, 이분법적 분리에만 혈안이 된 일정 수의 국회의원들도 ‘국레기(국회의원+쓰레기)’라는 신조어로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작은 그릇에서 벗어나 넓고 넓은 파란 하늘 전체를 바라보는 혜안이 아쉬운 오늘이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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