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한국인 대부분이 애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이다. 실로 카카오톡은 그 어떤 소통의 창구보다 우리 각자의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인간관계가 집적된 공간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체 카톡방 기능은 친구, 동료, 가족 등과 단체로 공지하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약속을 정할 때 일일이 연락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점에서 너무나도 편리하다. 그런데 단체 카톡방은 때로는 불편한 감정을 넘어서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동창 단체 카톡방이 그러하다. 예컨대 졸업한 지 45년이 지난 고교 동창 카톡방에는 600여 명의 동기동창생 중 거의 과반수가 참여하고 있다. 동창 단체 카톡방이 좋은 점은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청소년기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켜 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각종 근황이나 애경사 소식을 놓치지 않고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정치적 이슈가 등장하면 하루에도 수십 건의 특정한 입장의 쓰레기 같은 장문의 글들이 봄철의 미세먼지처럼 카톡방을 뒤덮는다. 그런 글들을 일일이 다 읽어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냥 무시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몇몇 친구들은 ‘멋지다’ ‘통쾌하다’ 등등의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몇몇 친구들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점잖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집요하게 극단적으로 편향된 글들을 보도록 강요한다.
그럴 때면 카톡방을 탈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대다수 동창과의 인간관계와 유대의 공간인 단체 카톡방을 탈출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강제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동창들과 관계를 끊는 것 같아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기어이 못 참고 탈퇴를 해도 다른 친구가 곧바로 대화방에 다시 초대해서 그냥 남아 있으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를 둘러싸고 연일 세상이 시끄럽기만 하다. 이럴 때면 박사모나 문빠와 같은 특정한 입장의 맹목적 지지자들의 카톡방에서야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보들을 진위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해내겠지만, 다양한 생각을 하는 단체 카톡방에까지 실어 나르는 것은 공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공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으려면 언론이 사실에 근거한 믿을 수 있는 기사를 충실히 제공해주어야 한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