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시대변화에 맞는 쌀 신품종 개발 절실

경기도 양주에 ‘종자 타령’이라는 민요가 전해지고 있다. ‘…종자나 한번 갖춰봅시다김포통진 밀타리벼여주이천 찹쌀벼…두메산골 산투벼’로 이어지는 민요로 종자준비를 설명하면서 지역별로 다른 벼 종자를 노래하면서 알맞은 품종을 추천하고 있다. 선조들이 어느 나라보다 지역별로 알맞은 품종을 이해했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선조의 지혜, 특히 ‘지역별 적응품종’은 현대에도 잘 증명된다고 볼 수 있다. 중부지방은 ‘삼광’, 호남은 ‘신동진’, 영남은 ‘일품벼’로 지역마다 다른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에 맞는 품종재배는 넓게는 우리 선조들의 ‘과학농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지혜’를 이어받은 우리는 쌀 자급과 세계농업기술 5위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쌀 생산량이 10a당 80년대 435㎏에서 2010년대에는 520㎏을 웃돌아 재배면적이 124만㏊에서 약 80만㏊로 줄었지만, 생산량이 420만 톤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좋은 일에 문제도 생긴다는 ‘호사다마’라는 속담이 있다. 먼저 쌀 소비감소라는 문제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먹을거리가 많아지고 맞벌이의 일반화 등으로 밥을 덜 먹고 있어 이제 ‘많이’보다는 ‘맛있는’ 쌀을 생산하여 건강과 더불어 먹으면 ‘기분 좋음’을 소비자에 선물하여야 한다.

또 농사에 중요한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문제이다. 온도가 높아 잘 여물지 못하고, 태풍으로 잘 쓰러지고, 새로운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선조들이 강조한 ‘지역별 적응품종’은 시장과 날씨의 변화 등 시대에 맞는 벼 품종을 재배하는 ‘지역은 물론 시대변화에 맞는 적응품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경기도 재배품종인 ‘추청벼’는 70년대, ‘고시히카리’는 2000년대에 도입되어 식량공급의 역할을 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의 밥맛을 원하는 소비변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병해충에 잘 걸리고, 잘 쓰러져 ‘시대변화 적응품종’으로 미흡하다는 논란이 많다. 그렇다면 ‘경기도라는 지역과 시대에 맞는 품종은?’ 라는 물음에 답해야 만 할 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시대변화에 알맞은 품종을 만들고 있다. 최고 밥맛과 병해충에 강한 ‘참드림’, 쓰러짐과 병해에 강한 ‘맛드림’, 병해충에 강한 조생종 ‘햇드림’ 등으로 ‘현대의 경기도에 알맞은 품종’을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경기도의 ‘지역과 시대에 알맞은 적응품종’으로 역할이 기대된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이에 따른 품종육성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 안에 깃들여진 ‘과학영농’이라는 뛰어난 유전자산을 발휘하여 도전을 이겨나가야 한다. ‘위기는 다급하고 절실한 기회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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