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도쿄올림픽 욱일기 논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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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旭日旗)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사용한 전범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의미가 있다. 욱일승천기라고도 한다. 1870년 일본제국 육군 군기로 처음 사용됐으며 1889년에는 해군 군함기로도 사용됐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등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할 때 욱일기를 전면에 내걸고 전쟁을 벌여 세계적으로 ‘전범기(戰犯旗)’로 인식되고 있다.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육해군이 해체되면서 욱일기 사용은 중단됐다.

하지만 1954년 창설된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는 욱일기를 군기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육상자위대는 태양 문양 주위에 8줄기 햇살이 퍼지는 욱일기를, 해상자위대는 16줄 햇살이 그려진 욱일기를 사용한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전범기로 사용한 ‘하켄크로이츠’가 엄격히 금지되는 것에 반해, 욱일기는 현재도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극우파, 혹은 스포츠 응원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욱일기 문양은 옷, 신발, 모자 등 일본의 각종 상품에도 새겨져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가 펄럭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응원 도구로서 욱일기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직위는 앞서 욱일기를 떠올리는 패럴림픽 메달을 공개했다. 올림픽경기장 곳곳에 욱일기가 휘날리고 욱일기가 그려진 메달을 수여하는 장면이라니, 일본은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을 군국주의 부활을 위한 선전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한국, 중국,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공포와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욱일기는 침략전쟁과 학살, 반인륜적 범죄의 상징이다. 욱일기는 그 자체로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악몽이고, 큰 상처와 고통을 준다. 피해를 입힌 국가에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올림픽경기장에 욱일기가 휘날리게 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싶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 자국 관광객 안전수칙으로 욱일기 사용을 자제한 바 있는 일본이다. 욱일기가 주변 국가를 얼마나 자극할지 잘 알면서도 이를 허용하는 심보가 참 나쁘다.

도쿄올림픽에 욱일기가 나부끼게 하는 것은 올림픽정신에 어긋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 행위와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IOC는 이번에 제재 의사를 보이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욱일기 사용을 막아야 한다. 전쟁 범죄의 상징인 욱일기는 평화와 화합을 위한 지구촌 스포츠 축제에 가당치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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