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입시 스펙은 고고익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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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대에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고교 3년간 학교에서 평균 30개의 상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방학과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3학년 2학기를 제외하면 보름에 한 번 상을 받은 것이다. 서울대 합격생들이 학교에서 받은 상은 2015년 23개, 2016년 25개, 2017년 27개, 2018년 30개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가장 많이 상을 탄 학생은 3년간 108개 상을 받았다. 고교 1년 수업 일수가 180일인 점을 감안하면 4일에 한 번 상을 받은 셈이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생 현황’을 공개했다. 서울대는 합격생 10명 중 8명을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등으로 선발하는 수시 모집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뽑고 있다. 여기엔 교내 수상, 봉사, 동아리 활동 등이 포함된다. 서울대 합격생의 3년간 평균 봉사활동 시간은 139시간이었다. 봉사활동 시간이 가장 많은 합격생은 489시간이었다. 하루 4시간씩 할 경우 3학년 1학기까지 122일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동아리 활동 시간은 평균 108시간으로 집계됐다. 동아리 활동을 가장 많이 한 학생은 3년간 374시간이었다.

합격생 자료를 보면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들이 공부하랴, 스펙 쌓으랴 얼마나 정신없이 바빴겠나 안쓰럽기도 하고, 이걸 본인이 다 했을까 의구심도 든다. 스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학교마다 각종 대회를 남발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봉사나 동아리 활동에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영향을 미쳐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도 있다.

교육부가 ‘2022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교내 상과 동아리활동 등의 스펙 기재를 제한했지만 헛점이 많다. 학종의 명확한 합격기준이 애매하다보니 학부모들은 ‘입시 스펙은 고고익선(高高益善)’이라 생각해 스펙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단 최대치로 준비하고 보자는 ‘스펙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도, 부모도 지친다.

학종은 서울대의 경우 신입생의 약 79%, 서울 주요 10개 대학에선 40%를 뽑을 만큼 비중이 크다. 학생의 재능과 잠재력을 종합 평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깜깜이 전형’이라는 불신이 크다. 재능과 잠재력이 제대로 평가되는지 의문이고, 평가기준이 모호해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문제 등 학종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대학이 평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대입 정시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된 대학 입시, 대입과 고교교육 전반에 걸쳐 손질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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