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응답하라 1919,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가 대장정에 올랐다.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원정대는 시군별 중학생 31개 팀과 학교 밖 청소년 2개 팀 등 총 33개 팀, 1천여 명의 청소년들로 구성됐다. 역사원정대는 지난 8월 19일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11월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상하이항저우)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톡우수리스크)의 항일독립운동 거점지를 답사한다. 선조들의 자주독립과 항일투쟁의 역사를 온몸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응답하라 1919,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의 그 첫걸음에 경기도교육청 청소년방송 미디어경청 기자가 동행 취재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생생한 역사의 현장… 감회 남달라
매체에서만 접했던 임시정부청사
김구 선생의 피난처 ‘매만가’ 등 견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슬로건이 아닐까 싶다.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져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응답하라 1919,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와 특별 취재팀을 구성한 경기도교육청 청소년방송 ‘미디어경청’은 1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그때 그 정신, 혼, 열정 심지어는 공기까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역사의 헌장을 다녀왔다.
33개 팀, 1천 명의 참여 학생 중 첫 번째 팀으로 선정돼 8월 19일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역사원정대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상해임시정부청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임시정부청사 내부를 견학한 학생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가 새겨진 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마냥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방문한 홍구(훙커우ㆍ虹口) 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의 호를 따 지은 매헌기념관을 찾아 그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시간과 함께 헌화하고 넋을 기리는 경건한 시간을 가졌다.
원정대에 참여한 김지필(신곡중학교 2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책으로만 보던 내용이 살아 숨 쉬는 현장에 오니 감회부터가 달랐다”며 “역사를 알고 옛 선조들을 기리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인 20일, 역사원정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거주지와 백범 김구 선생의 피난처로 알려져 있는 매만가와 재청별장 등을 방문했다. 김구 선생이 당시 피난 생활을 하며 지냈던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매만가와 재청별장을 견학하는 과정에서 생동감 있는 역사 교사의 설명은 참여 학생들의 귀를 곤두세우게 했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히 전해주며 교육의 질을 한층 향상시켰다.
이어진 21일 일정에는 항주 임시정부청사를 방문, 항주 지역에서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뒤따라 걷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주 유적지 기념관’을 방문한 원정대는 마지막 유적을 방문하는 순간까지 역사 교육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
이번 1차 역사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여한 강윤서(효자중학교 2학년) 학생은 “직접 역사의 현장에 발을 내딛고 보니 그때 그 사건 현장에 와있는 것만 같다”라며 프로그램의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한 한편 정교준(경민중학교 2학년) 학생은 “그때 당시 독립운동의 현장이 얼마나 긴박했을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선조들의 희생을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우리 역사를 배워나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통해 우리 조상의 위대함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평소 자기 생활까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시적으로는 어렵사리 지켜낸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에서 살아 숨 쉰다는 것 자체를 감사히 여기며 후회 없이, 부끄럽지 않게 생활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게 됐다. 거시적으로는 국내 역사적 장소 뿐만 아니라 국외 역사적 장소도 함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를 각종 매체를 통해 함께 알리는 일에 선봉장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류종백(고양 행신고 2)
‘페치카’ 최재형 선생 이야기 인상적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 방문
고려인 친구들과 뜻깊은 시간 보내
8월 25일 러시아로 출발한 역사원정대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해 우수리스크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톡과 그 북쪽으로 약 110㎞ 떨어진 우수리스크가 포함된 프리모르스키 지역을 ‘연해주’라고 하는데, 조선 후기 시작된 한인들의 이주가 일제 강점 이후까지 계속됐고, 연해주는 독립운동의 구심지 역할을 했다. 1937년, 스탈린 정권은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인 민족주의자들을 숙청하고, 한인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17만 명의 한인들이 목적지도 알 수 없이 빈손으로 열차에 올라탔고, 중앙아시아 벌판에 남겨져 황무지를 개간하며 춥고 배고픈 삶을 살아냈다.
우수리스크의 고려인문화센터에는 고려인들의 이주 과정과 생활 그리고 민족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한인 동포들의 아픔과 당시 처절했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2009년에 건립된 고려인문화센터 한편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역사원정대는 안중근 의사 기념비 앞에서 안중근 의사의 희생을 기억하는 의미로 묵념을 했다. 잠시나마 안중근 의사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분의 노고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려인들과의 교류 기회도 마련됐다. 고려인 학교를 방문한 역사원정대에게 고려인 친구들이 공연을 선보였는데, 난타와 전통무용 그리고 연극으로 이뤄진 공연은 고려인의 강제 이주 역사를 주제로 진행됐다. 고려인 친구들의 공연을 본 역사원정대의 박수 소리가 한동안 길게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고 역사원정대는 고려인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직접 준비해간 선물도 전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원정대에 참여한 이윤서(포천 영북중학교 2) 학생은 “생김새가 조금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친구같이 편하게 느껴졌다. 고려인 친구들과 마음과 생각을 나눈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원정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인 최재형 선생의 고택을 찾았다. 최재형 선생은 항일의병투쟁의 지도자이자 동시에 권업회의 지도자 역할을 한 연해주의 독립운동에서 가장 중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역사 교과서에서는 최재형 선생에 관한 내용을 보기 어려워 안타까웠다. 역사원정대는 교과서를 통해 알 수 없었던 최재형 선생의 이야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오랫동안 선생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찾아간 곳은 이상설 선생 유허비였다. 이상설 선생은 3명의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수리 교과서를 집필하신 분이기도 하다. 이상설 선생 유허비 옆으로 수이푼강이 흘렀는데 바로 그곳에 이상설 선생의 유해가 뿌려졌다고 한다.
우수리스크를 뒤로 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다.
역사원정대 세 번째 날, 고려인들이 흘렸던 눈물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비를 맞으며 신한촌 기념비를 찾았다. 신한촌은 한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권업회, 권업신문사, 노인동맹단 등 항일독립운동단체가 조직되고, 최재형 선생을 비롯해, 이범윤, 홍범도, 이동휘, 이상설, 이위종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한 해외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 역사원정대는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고려인들의 삶과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을 가슴 속에 오래 기억했다.
김우진(의정부 송양고 3)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