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역시 ‘미ㆍ중 무역분쟁’일 것이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무역 분쟁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나 기술이전 강요 등을 문제 삼고 중국의 기업환경을 개선하려는 취지로 분쟁을 시작했으나, 양국은 보복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분쟁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작년 7월 산업기계 등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에는 2차로 16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9월에는 2천억 달러에 대해 3차 추가관세를 각각 발동했다. 이어 지난 1일 1천12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연간 수입액 약 5천500억 달러 중 추가관세 부과대상 총액은 3천60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평균 21.2%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3.1%에서 급상승했다. 연말까지 유예한 스마트폰 등 1천6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예정대로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제품 거의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고, 이대로 가면 관세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미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연간 약 1천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수입액 중 70%에 해당하는 1천100억 달러 분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이 무역분쟁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해 초까지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평균 관세율은 8% 수준이었으나, 지속적인 맞대응과 지난 1일 추가 관세부과 결과, 관세율은 21.8%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관세부과는 중국의 대미 수출을 감소시켰으며, 중국의 보복관세 역시 미국의 대중국 수출을 감소시켰다. 양국의 교역이 감소하면서 오랜 기간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었던 중국은 올 상반기 멕시코와 캐나다에 자리를 내주고 3위로 주저앉았다. 그뿐만 아니라 양국의 상호 관세부과는 기업의 생산원가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성장과 국민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발간된 IMF보고서 ‘미ㆍ중간 무역전쟁의 영향(The Impact of US-China Trade Tensions)’에서도 미ㆍ중간 무역전쟁은 양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치러야 할 비용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ㆍ중간 무역긴장이 기업 및 금융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글로벌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당분간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채 글로벌 경제에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부분 중간재 형태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회를 수출시장 및 품목의 다변화, 첨단기술 역량강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며, 무역 분쟁이 장기화함에 따른 수출 감소, 기업 투자악화, 소비심리 위축 등의 악순환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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