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비상 걸린 과학·기술자 지키기

세계2차대전 후 미국이 확보한 독일 과학자들 중에는 독일이 전쟁에서 위력을 떨친 V-2로켓 개발자 폰 브라운박사가 있었다. 그때 미국으로 압송해 온 폰 브라운박사를 심문한 사람이 첸 쉐썬 박사.

‘대학신문’이 얼마 전 보도한 것을 보면 첸 쉐썬 박사는 중국인으로 미국 유학, 명문 MIT와 켈리포니아대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36세에 이미 미국 최고의 제트 추진체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데 1949년 중국의 모택동정부가 들어서자 조국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며 미국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귀국을 서둘렀다. 그러자 미국 FBI는 스파이 혐의로 그를 체포해 버렸다. 모택동이 이렇게 되자 주은래 총리로 하여금 첸 쉐썬을 데려 오도록 강력히 지시하였고 결국 6ㆍ25때 중국에 잡혀있는 미군 조종사 11명과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5년 협상 끝에 결실을 보았다.

결국 그는 중국에 와서 항공우주개발의 아버지로 칭송받으며 연구 시작 15년 만에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유인 우주선 개발 등 미국을 바짝 뒤 쫒는 성과를 올렸다.

지금에 와서 미국이 후회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기 이름도 못쓰는 몽고제국 징기스칸이 세계정복의 영웅이 된 이야기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물론 군사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기술자들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그는 점령지에서 붙잡은 포로들 가운데 어떤 분야던 기술을 갖고 있으면 죽이지 않고 몽고로 데리고 와서 활용을 했다. 사실 유목민에서 나라를 일으킨 징기스칸으로서 기술 분야는 가장 절실한 것이었으리라.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제 역시 악명 높은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되어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분서갱유(焚書坑儒)’ 즉 서적을 불사르고 학자들은 땅에 묻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서적을 모두 불태운 것은 아니었다. 농업에 관한 서적, 의약을 다룬 서적, 천문서적들은 오히려 잘 보관케 했다.

말하자면 기술에 관한 것이나 과학서적은 불태우지 않고 존중했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과학 기술의 힘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을 비롯 세계의 이름 있는 고학 기술자들을 거액을 들여 스카웃에 나서자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과학자 지키기’에 나섰고 미국 언론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미국 세금으로 쌓아 올린 과학 기술을 빼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와 같은 ‘기술 사냥’은 미국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심상치가 않다. 중국이 우리 기업을 인수 합병하려는 것은 그 기술력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지만 지난 1월 중국 화훼이 한국법인 임직원이 소프트개발 정보를 빼내고 이직한 혐의의 항소심 재판도 깊이 눈여겨봐야 할 사항이다.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이 1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집행유예 8월을 받았고 항소심에서는 무죄, 그리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국정원이 기술정보 유출에 바싹 신경을 쓰고 있지만 남은 이공계 박사나 기술인들이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왜 그럴까? 연구 환경의 열악함과 처우,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 연구 독립성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래서는 4차 산업혁명은 고사하고 당장 한·일간의 경제자원 격차도 좁히기 힘들다. 역시 과학 기술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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