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대법관이 밝히는 <판결과 정의>

▲ 김영란 책
▲ 김영란 책

김영란 전 대법관이 신간 <판결과 정의>(창비刊)를 냈다. 제목 그대로 판결의 ‘정의’를 다룬 책이다. 전작인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2015)가 대법관 재임 기간 참여했던 전원합의체 판결을 되짚었다면, 신간은 대법관 퇴임 후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되짚어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진행형의 쟁점들을 분석한다.

책에서 다루는 사건은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소송’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키코(KIKO) 사건’ ‘삼성X파일 사건’ 등이다. 저자는 이런 사건들이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 등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와 관련 있다고 판단하며 사회 통념의 변화, 민주주의의 성숙도 등에 따라 법에 대한 해석과 판결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법관으로서 지녀온 오랜 고민과 ‘판결이 추구하는 정의’에 대한 날카로운 관점을 녹였다. 특히 판사들이 순수한 법리만으로 해석하고 재판할 것이라는 통념을 깬다고 말한다. 객관적인 판결은 없다는 거다. 그리곤 ‘대법관들이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냉철하게 비평한다. 사법부 판결이 마침표가 아니라는 점도 책은 강조한다. 판결을 통해 사건에 대한 시비는 일단락되지만, 판결 속 쟁점이 된 가치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 판결이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지 살펴보고 사법부 판단이 더 옳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통념과 공감대를 넓혀갈 것을 주문한다.

2004∼2010년 국내 최초 여성 대법관을 지낸 그는 현재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이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우리 사회의 오랜 청탁 관행을 뒤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에 힘쓴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경력을 거치며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왔다. 값 1만5천 원.

정자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