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레임덕의 시작?

지난 20일 한국 갤럽여론조사(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지율 측면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날 때 정권은 레임덕에 진입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을 때, 둘째,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의 지지율을 앞질렀을 때, 마지막으로 여당의 지지율이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높아지는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정권은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즉,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 현상을 제외하고 다른 현상들은 모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 정권이 레임덕에 진입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소한 레임덕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레임덕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의 언급을 봐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를 두고 청와대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런 언급은 레임덕을 앞둔 시점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레토릭이다.

이런 전형적 언급은 또 있다. 레임덕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면, 권력 핵심들은 “(자신들의 행위를)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현실과의 조우보다는 “역사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것 역시 모든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반복되는 말들이다. 일종의 공식(公式)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청와대의 언급을 보면, 권력의 핵심이 레임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검찰에 의해 계속 밝혀지고, 이에 대한 재판이 시작돼 조국 장관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조국을 붙잡고 있을수록 레임덕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조국을 버리느냐 레임덕을 받아들이느냐의 선택, 이제 청와대의 눈앞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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