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기소방관의 24시간은 아직도 진행 중

지난 여름 안성 공장 폭발사고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한 소방관이 순직했다. 영결식장을 가득 메운 소방관들은 어두운 정복 차림보다 더 무겁게 동료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죽음 뒤에는 언제나 ‘인재(人災)’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우리가 함께 안전을 살피고 돌보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사건 사고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119의 사명’이라는 미명하에 소방관의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도록 말이다.

경기도 소방관 1명당 담당 주민 수는 1천358명으로 강원도의 477명보다 2.8배나 많다. 수원시는 2천719명으로 그 차이가 6배에 달한다. 면적의 크기를 고려한다 해도 수도권 인구밀집 지역은 한 번의 사고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기에도 역부족이다.

수원시는 면적과 주민 수가 적은 과천시와 비교하면 화재ㆍ구조ㆍ구급출동 횟수는 15배 전후로 높지만, 운영비 지원 예산과 배치인력은 세 배를 조금 웃도는 데 그친다. 그나마 올해 10월 수원의 두 번째 소방서가 개청을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경기도의회는 지난 8월부터 전국 최초로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의료 전용 닥터헬기 관련 예산 15억 원을 의결하고, 매년 7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지원키로 했다. 닥터헬기 도입 필요성을 15년간 역설해온 이국종 교수가 헬기 소음을 ‘생명을 구하는 소리’로 여겨달라고 당부했듯이 야간헬기 이착륙의 소음 피해는 도민들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시스템은 도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통해서만 완성된다. 119센터에 걸려오는 장난전화와 잠긴 자물쇠를 여는 일과 같은 소소한 생활 민원을 줄이고, 심폐소생술과 응급조치 등 안전교육을 통해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노력을 한다면 1천350만 경기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관통했던 태풍 링링과 타파는 끝났다. 하지만, 경기소방관의 24시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기도민 스스로 소방관이 되어 안전 경기도의 미래를 함께 밝혀보자. 안전이 행복이다.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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