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배움… 혁신학교서 꿈을 찾았어요

경기혁신교육 10년, 2019 하반기 장학행정협의회

2009년 경기도에서 싹을 틔운 혁신학교가 올해로 10돌을 맞았다. 경기혁신교육 10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경기대학교에서 열린 ‘2019 하반기 장학행정협의회’에선 ‘경기혁신교육 10년, 미래교육 100년’을 주제로 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혁신교육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교육의 핵심주제와 협력이라는 방향을 논의하고 공유했다. 특히 방혜주 학생은 “혁신학교를 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웠다. 혁신학교는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혁신학교에서 꿈을 찾은 학생들의 이야기와 혁신학교를 보낸 학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경기혁신교육의 미래를 진단해보았다. 편집자 주 / 사진=윤원규기자

 

혁신학교 찾아 경기도 용인에 왔어요

나는 전북 군산의 혁신학교인 회현중학교를 졸업했다. 부모님은 용인으로 이사하면서까지 나를 혁신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혁신학교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고 함께 간다’는 말이 정말로 실현되나요?” 나는 “네!”라고 답했다. 내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 용인 흥덕고 시스템 중 하나가 있다. 학생들에게 새학기는 소리없는 전쟁터다. 밥은 누구랑 먹을지, 누구와 함께 다닐지 서로를 알아가고 무리를 형성하며 소속감을 확고히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도 새학기는 두려우면서도 설렜다. 흥덕고는 학기 초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로 불안해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학년 때 두명의 담임선생님을 배치했다. 일반고에서 1학년 1반이 1학년 1-가반, 1-나반으로 나뉘고 한 반에 학생은 30명 정도에서 14~16명 정도 된다.

그러면 가, 나반 담임선생님들은 학생 한 명, 한 명 섬세하게 신경 쓸 수 있고 학생들은 특히 어색한 학기 초 학교 생활에 빨리 적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도 첫 만남에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다 전학 후 사는 동네나 학교에 아는 사람이 1도 없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고 간다’는 말이 대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바로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천수만 가지의 재능을 무시하고 단 하나의 방법으로 단 하나의 목표를 좆도록 하는 교육은 너무나 잔인하다. 미래가 원하는 인재는 계속해서 바뀌는데 배움과 학습의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가져온 교육의 혁신이 바로 혁신학교라고 생각한다. “혁신학교가 더 이상 ‘혁신’이 아니게 될 때까지” 이전의 ‘혁신’이라 불리던 것들이 보편화되면 더 이상 ‘혁신’이라 불리지 않듯, 우리는 현재 교육의 혁신인 ‘혁신학교’ 역시 보편화돼 더 이상 ‘혁신’학교가 아니게 되기를 바란다. 백지수(용인 흥덕고 졸업생)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

나는 남양주 소재의 혁신중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교를 다니다 휴학 중이다. 혁신학교에서의 경험은 정말 즐거웠다. 좀 과도하게 즐거운 학교생활을 한 덕에 졸업한 지 5년이 조금 더 지난 아직까지도 혁신학교에서의 경험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친구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공부를 하고,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교 전체에 우리들의 색을 입혀나가고, 선생님하고는 또 어찌나 친했는지 교무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얘기도 나누고, 때로 고민상담도 하면서, 배움의 공간인 학교가 우리들의 집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손으로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경험, 교실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어 수업을 만들어간 경험 등을 통해 자연스레 ‘주체성’과 ‘자주성’을 기를 수도 있었다. 이를 통해 ‘나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혁신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꼈다. 대부분 걷고 싶은 길 보다는, 걸어야 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었다.

혁신학교 졸업 후 혁신적이지 않은 세상을 마주하며 너무 외로웠다. 그래서 만든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에서 만난 친구들은 서로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도 있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친구도 있고, 대학생활을 하는 친구도, 저처럼 휴학을 하고 세상의 배움을 좇는 친구도, 고등학교 졸업 후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해 살아가는 친구도 있다. 정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혁신학교가 심어준 ‘내 삶을 사는 용기’ 덕분에,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다. 방혜주(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학교폭력 극복한 혁신학교 고마워~

나는 남양주 호평중·고교를 졸업하고 혁신학교졸업생연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학교를 알리고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수 개월간 학교폭력을 당했다. 아주 어릴 적이지만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정말 끔찍했다. 학교와 선생님들은 모둠학습이라는 말로 우리가 계속 대화하게끔 만드셨고 매일 친구들과 대화하게끔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선생님들은 우리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처음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계속 대화하고 투닥거리며 한 달 정도를 그렇게 보내자 어느샌가 나는 먼저 나서서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초반만 하더라도 나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집착하고, 다른 이의 눈치만 보며 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대화로 한번 딱 입이 트이자 내가 무엇에 관심이 생기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알아가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몇 가지 기억나는 수업과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면 도덕 수업시간에 했던 텃밭 가꾸기 활동에서는 지렁이가 징그럽다고 생각해서 친구들과 지렁이를 30마리 넘게 잡아 밭 밖으로 던졌다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고 지렁이의 좋은 역할에 대해 배운 경험과 융합 프로젝트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을 때, 우리를 그런 틀에 가둬놓을 수 없어 하고 SNL을 찍었지만, 오히려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경험, 돼지 심장을 해부하면서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만져보며 배웠던 경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지금, 그 깨달음 덕분에 일상 속에서 자그마한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자주 웃으며 즐겁게 살고 있다. 느리지만 확실한 교육,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교육,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처럼 분명히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혁신교육은 ‘나를 그릴 수 있는 교육’이다. 박채연(남양주 호평중 졸업생)

 

학부모가 변하면 학교 자치 수준이 달라져

다양한 학부모 교육은 학부모들을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시킨다. 이렇게 성장된 학부모들은 학교를 넘어 마을까지 확대돼 활동하기 시작한다. 자치의 핵심은 바로 ‘자율성’이다. 결국 학부모들이 진정한 주체로서 자율성을 갖고 학교 교육에 참여하려면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과 함께 학부모라면 학교 일에는 당연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문화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생각처럼 전문가만이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전문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각 단위 학교와 그 지역 상황은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탄력적인 교육, 창의적인 교육, 다양한 교육이 바로 이러한 관점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힘든 역사 위에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아마도 이러한 역사적 상황이 효율성과 고속 성장을 사회의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이는 교육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교육은 늘 과거의 시각으로, 과거의 시스템으로, 과거의 사람들이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을 키워냈다. 이런 아이러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기에 이러한 아이러니는 아이러니로 끝나지 않는다. 항상 과거의 것을 표본 삼아 새로운 미래의 상을 그려내 볼 수 있다. 과거의 교육을 받았지만 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장에서 바로 아이들 스스로가 미래 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을 새롭게 만들고 스스로 사고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학교 자치의 실현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첫 단추임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박은주(용인 죽전초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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