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우디 정유시설이 예멘 반군의 드론 10대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이로 인해 세계 석유 공급량의 5%에 해당하는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이 상업용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일반인들도 유튜브, 구글과 같은 오픈소스를 통해 고성능 기체를 쉽게 제작할 수 있고, 상업용으로 제작한 드론을 국방, 공격용 무기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이 이미 매스컴에서 밝힌 바 있지만, 이러한 사례를 실제로 확인하니 걱정이 된다.
2000년대 초기에 등장한 드론은 군사용 무인항공기로 개발되어 공격대상용으로 쓰였는데 이후 정찰기와 공격기로 용도가 확장되었다. 현재의 드론은 민간분야에서 단순한 취미나 촬영 등의 사용을 넘어 화물운반이나 화재진압, 운송수단, 방재 등의 영역으로 활용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할 때 드론은 VR, AI, 홀로그램과 더불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소개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이번 일과 같이 과학기술을 나쁘게 활용한 데 대해 우려스러우며, 이에 대한 모방범죄가 일어날까 더욱 걱정이다.
과학기술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세상을 파괴하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을 떨친 독일의 v2 로켓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로켓의 아버지라 불리는 액체로켓의 최초 개발자인 미국 과학자 ‘로버트 허칭스 고더드(Robert Hutchings Goddard)’의 이론을 참조해 독일과학자가 다시 개발한 무기이다. 로버트 허칭스는 우주개발을 생각하며 로켓을 개발하였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과학 발전이 아닌 무기로 변질되어 사용된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노벨상을 수상한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세계 최초로 핵반응로를 개발하였는데 이후 그의 이론과 열핵융합을 통해 만든 것이 우리가 아는 원자폭탄이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드론을 활용한 공격 및 방어용 군수장비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이미 드론을 정찰, 정보 수집 등에 활용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나 수요로 볼 때 드론의 군사목적 활용은 어쩔 수 없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과학기술의 생성물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첨단 과학기술의 오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 마련을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로 남겨둔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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