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걱정되는 20대 정신건강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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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1990년생, 백세희 작가가 쓴 두 권짜리 에세이다. 지난해 한 권, 올해 또 한 권을 냈다. 그녀는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2년 이상 지속되는 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으며 정신과를 전전했고, 2017년 잘 맞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다.

<죽고 싶지만…>은 정신과 치료과정에서 저자와 의사와의 상담 내용을 옮긴 것이다. 일종의 치료 기록으로, 작가는 상담을 통해 자신이 변화되는 과정을 객관화하고 싶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있는,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불완전하고, 구질구질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힘내라는 말, 자신감을 가지고 위축되지 말라는 말은 때론 독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의 속내를 파고드는 상처다. 모자라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20대다. 다수의 20대가 공감을 표하고 있다. 저자의 20대가 우울증과 불안감에 힘겨웠던 것처럼 우리나라 2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걱정되는 수준이다.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20대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ㆍ불안장애ㆍ우울증ㆍ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총 170만5천619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20대가 20만5천847명으로 2014년(10만7천982명)보다 무려 90.6% 늘어났다. 정신질환 문제는 자살 시도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자해·자살 시도 응급실 내원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자해·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4만1천104명 중 20대가 2만8천82명(19.9%)으로 가장 많았다.

정신질환을 앓거나 삶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20대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취업, 학업, 극심한 경쟁,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갈수록 커지는 스트레스가 젊은 층을 숨막히게 하고 정신질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적 불안 증세가 심해지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대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 미래 동력이다. 이들이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 무너지는 걸 방치해선 안된다. 정신질환 예방·치료를 위한 정부의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경제ㆍ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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