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일일이 셌다. 군중 하나하나에 붉은 점을 찍었다. 사진 앞부분 1천100명을 묶었다. 가장 먼 부분도 1천100명 묶었다. 나머지는 곱해서 계산하라는 힌트다. 작은 점을 찍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첨단 시대에 보는 원시 셈법이다. 그 점 위에 독자들의 시선이 머물렀다. ‘이 셈법이 가장 정확한 것 아니냐’고도 한다. 특종 기사가 아닐런지는 모르지만, 특별한 기사였음은 틀림없다. ▶촛불 시위 참여자 수 논란이다. 월요일 하루, 대한민국 화두는 ‘200만’이었다. 서초동 검찰 청사 앞에 모인 사람 수 논란이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주최 측 추산 150만명에서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했다. ‘검찰 개혁을 향한 거대한 물결’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한국당이 ‘5만명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 자료가 공개됐다. 교대역과 서초역에서 10만 2천여 명이 내렸다. 이러니 점을 찍어가며 센 것이다. ▶‘만원’이었다는 사실은 이견이 없다. 도로를 사람들이 채웠다. 검찰청사 앞에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시위였다. 한국당도 이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숫자 뻥튀기’라 공격하는 속 뜻도 그래서다. 맞불 집회를 꺼내 들었다. 3일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대회’를 열기로 했다. 벌써부터 ‘150만명 참가’를 공언하고 있다. 한국당과 보수진영에는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한다. ▶지금 한반도는 남북 할 거 없이 전염병 광풍이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반도 전역을 휩쓸고 있다. 경기 북부에서 시작돼 경기 남부를 거쳐 충청도까지 침투했다. 유럽의 돼지들을 몰살시켰던 전염병이다. 이후 동남아, 중국 등이 참담한 피해를 당했다. 현재 속도로 보면 우리도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언제나처럼 사람ㆍ가축 이동이 전면 통제됐다. 크고 작은 집회ㆍ행사가 모조리 취소됐다. ▶9월과 10월은 1년 중 행사가 가장 많은 때다. 지역에 크고 작은 이익을 창출하는 행사들이다. 행사 하나 취소될 때마다 파장이 크다. 야광봉 파는 행상, 포장마차 차량 상인, 솜사탕 장수…. 밥줄이 끊긴다. 통닭집 사장, 순댓국집 사장, 만두집 사장…. 타격이 심각하다. 그래도 모두 감내한다. 가축 전염병을 막으려면 참아야 한다고 받아들인다-이 예방법의 효율성은 논외로 하자-. ▶화성의 축산농 A씨가 사실상 감금됐던 28일, 그날 ‘200만명(또는 5만명)’이 국토를 오갔다. 돼지 열병 전염이 수인성(水因性)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 뿌리는 태풍이 지나간다는 3일, ‘150만명’이 또 전국을 휘젓는다고 한다. 이럴 거면 100명 200명 모이는 지역 행사를 왜 초토화시킨 건가. 아프리카 돼지 열병 와중에 ‘200만 군중’ 대결하는 정치권, 할 말도 없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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