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분양가 상한제 유예 ‘생색내기 불과’

정부가 현재 논란이 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22일 국무회의에서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 재건축ㆍ재개발사업 등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 주택ㆍ부동산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1일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시행령 시행 전 (재건축ㆍ재개발사업)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고,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한 경우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기까지는 1~2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볼 때 이번 발표는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입주자 모집공고는 지장물 철거를 모두 마치고 단지 평탄화 작업이 끝난 뒤 공사착공 이후에 가능하다. 주민 이주단계에 걸리는 기간과 석면철거, 각종 지장물 철거, 수목이식 등의 절차들을 고려하면 1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주단계에서도 일부 세입자들의 보상요구로 막바지 이주가 지연되기 마련이고 상당수 조합은 세대수 증감 등으로 인해 관리처분 변경 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에 더더욱 6개월 유예는 의미가 없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정부가 관리처분 신청단지까지 포함한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 정부의 여론전은 상당 부분 효과를 발휘해 도시정비사업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유예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 개포1단지, 4단지나 동작구 흑석3구역, 강동구 둔촌주공 등 극소수만이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 단지도 자칫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한다 하더라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 보증을 통한 분양가 규제는 그대로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가 HUG의 독점적 지위를 통한 편법 분양가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개선 움직임은 없다.

정부의 지속적이고 2중, 3중의 강력한 규제에도 서울지역과 일부 광역도시들의 주택가격 상승과 전ㆍ월세가격 강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의 각종 규제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를 더하며 수요가 많은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숨통을 계속 조이고 있어 앞으로 도심 내 공급부족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하여 시장을 통제하기보다는 도심 내 부족한 주택공급을 통한 주택시장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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