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 온전히 혼자서 견뎌야 하는 시간은 남는다. 누구에게나 혼자서 해결하고 결정해야 하는 많은 순간, 가까운 이들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많은 감정이 있다. ‘우리’라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단어로 묶여 있지만, 우리는 모두 결국 혼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약한 우리는 나를 위로해 줄 그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2017년 잔잔한 감성의 글 <아주, 조금 울었다>로 호평받은 권미선이 신간 <혼자일 때도 괜찮아>(허밍버드 作)를 냈다. 책은 저자의 절절한 고백이기도 하다. “할 수만 있다면 반짝이는 포장지에 화려한 리본을 묶어 생을 새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던 저자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장소로 가서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을 만난다. 치유되지 않은 채, 아직 남아 있는 상처와 슬픔을 만나며 그 이야기들을 글로 써내려갔다.
애써 밝은 척하거나 힘을 주지 않고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감춘 채 피하고 싶어 하는 상처와 아픔을 풀어낸다. 직접 겪었던 과거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저자가 느꼈던,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느꼈던 감정을 담아냈다. 작가는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어 주면서 비로소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찾았다. 저자의 이야기는 얘기는 어느 순간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깊은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책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홀로 웅크린 채 아파하고 숨죽여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깊어지는 가을, 마음을 울리는 수필이 끌리는 계절이다. 어디에든 넣고 언제든 꺼내어 자신을 돌아보고, 혼자일 때도 괜찮을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값 1만3천800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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