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 책은 상품이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6만 3천여 종의 신간이 발행되었고, 천만 부 넘게 출판되어 전년 대비 21.6% 증가했다. 여기에 재판본까지 합친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학습참고서 분야가 337.8% 증가했고, 인문학 관련서적의 출판부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초판 천부를 다 팔지 못하는 인문학 서적은 출판시장에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독서활동은 어떨까?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10세 이상 한국인들은 TV 시청에 1시간 53분을 사용하고 독서에 6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는 13세 이상의 국민 중 54.9%만 1년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고의 독서율을 자랑하던 스웨덴도 유튜브, 인터넷 등에 밀려 독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 정부는 매년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서 적극적인 독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문화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독서가 곧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는 경제적 가치보다 독서를 통해서 국민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배우고 익혀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우리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성인들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23.7%), ‘교양ㆍ상식 쌓기’(19.8%), ‘위로와 평안’(15.2%)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 교양과 상식 축적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 중 하나이다. 그는 전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독서에 투자하고 때로는 하루에 500페이지를 독파하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고 한다. 물론 독서를 많이 한다고 모두가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전적인 독서만큼 효과적인 학습 수단이 없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독서를 통한 지식의 실천은 풍요로운 사회의 토대가 된다.
독서는 문화이다. 독서는 생활 속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얼마 전 경인지방통계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셈도서관이 최우수 전문도서관에 선정됐다. 어렵게만 여겨지는 통계를 국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더 분발해서 최고의 통계 전문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책 읽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독서동아리를 지원하고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보다 직원이 편안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문화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둘 생각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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