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른 것을 인정하자

조요한
조요한

한국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Best 10을 손꼽으라고 하면 항상 프랑스 오페라 ‘비제의 카르멘’이 빠지지 않는다. 그 중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유명한 아리아 ‘투우사의 노래’, ‘하바네라’ 등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오페라 카르멘이지만 1875년 3월 초연 당시의 무자비한 혹평을 받았었다. 그것으로 작곡자인 비제는 엄청난 좌절과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3개월 만에 37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처참한 실패를 안겨준 내용을 보면 밀수꾼을 비롯한 집시, 비천한 담배공장 여직공들이 등장하고 서로 칼부림하는 내용이 그 당시 오페라의 주 고객인 귀족들의 취향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그 시대의 오페라 작곡 유행이 바그너의 오페라가 유럽을 장악해 거의 모든 오페라 작곡가들이 바그너를 모방하던 시기였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개척한 비제는 “모방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라며 다른 작곡가들과 다르게 바그너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수많은 작품이 그 시대의 조류와 다르다거나 그 시대 지배층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혹평을 받다가 다시금 재조명되어 최고의 걸작으로 남은 사례가 흔치않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다른 것을 인정하는데 참으로 인색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자기들과 다른 것은 틀렸다고 정의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요즘 TV를 켜면 ‘분노조절’ 또는 ’화’라는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분명한 이유의 하나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된 현상이다. 나와 상대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다르다. 당연히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절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가 나고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자와 가난한 자, 흑인과 백인처럼 비교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한 것을 다르다고 하는 반면에 1+1=3처럼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난 것을 틀리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면 ’차이’는 ’차별’이 되고 우리의 삶은 회색빛을 잃은 흑백지대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는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사실은 당연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불가능 한 건 아니다. 오늘부터라도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노력을 해보자. 서로서로 노력한다면 다툼은 줄고 웃을 일은 많아질 것이다. 시야를 더 멀리, 더 크게 볼수록 종교, 사랑, 이념 등으로 싸우는 일도 줄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살맛 나는 일이다.

조요한  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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