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을 시험한 인천 e음카드

인천시는 지역화폐인 ‘e음카드’의 캐시백 혜택을 시행 7개월여 만에 대폭 축소했다. 그동안 인천시민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카드인데 캐시백 요율이 지난 23일부터 6%에서 3%로 축소돼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의 일반 신용카드 혜택보다 못하다며 e음카드 대신 일반 신용카드를 쓰겠다고 야단들이다. 더불어 e음카드 발급비용과 홍보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혜택은 흐지부지됐다며 인천시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시적인 실적과 선심성 행정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시민을 동원한 졸속 행정이 빚어낸 참사로써 비판받아 마땅하다.

e음카드는 애초 고질적인 역외소비문제를 해결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 등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이다. 그러나 초기에 졸속적으로 설계된 지역 화폐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 높은 캐시백 요율을 활용하는 이용객이 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부유층이므로 그 혜택이 과다하게 지급되는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자치구별로 재정여건에 따라 캐시백 요율을 차등화 함에 따라 원도심의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 지역 상권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서민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며 지역외 소비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사치화폐였다. 실제로 인천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아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서구에서는 중고차와 귀금속 구매에 결제한 금액이 수억 원에 달했고 유흥주점에서도 수천만 원이 결제된 걸로 집계되었다. 골목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음카드는 무엇보다도 잘못된 설계로 시민들을 정책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큰 오류를 범했다. 재정이 감당할 범위 내에서 그 수혜자와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시행했어야 하나 일시적인 실적에만 급급했다. 각 자치구는 이용실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캐시백 요율을 확대시켜 주민을 현혹했다. 그 결과 이용자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누적 결제액이 1조 1천억 원에 달해 급기야 재정압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서둘러 캐시백 요율을 대폭 축소하게 돼 이용시민들의 시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을 다 잃게 된 상황이다. 역외소비문제를 완화한 일시적인 효과보다 행정에 대한 불신이 초래할 보이지 않는 비용은 훨씬 더 큰 문제이다.

초기에 시 행정에 우호적인 시민들은 앞장서서 e음카드의 이용에 적극 나서고 자발적으로 홍보하기도 하여 단기간에 이용객이 급증해 흥행에 성공하는 듯 했다. 이러한 순진한 시민들은 허탈함을 느끼며 시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 차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책임을 다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다시는 선심성으로 시민을 시험하는 행정이 반복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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