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곡중과 장곡중·고 학생들 준비기획단
돼지열병에 마을축제 취소, 학교별 진행
아쉬움 크지만… 공동체 역할 되돌아봐
2019년도 응곡중학교 축제준비기획단을 맡게 된 나는 3월 개학과 동시에 축제 준비를 시작했다. 축제 주제도 함께 설문조사를 했는데 ‘할로윈’과 ‘31운동’이 나왔다. 할로윈과 마을축제, 31운동과 마을축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각각의 이유를 들어보면 마을비전과도 관련성이 있고 좋은 주제였다. 하지만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오히려 갈등이 생기고 있었다. 축제준비기획단에서는 마을 비전을 바탕으로만 한다면 축제의 주제를 따로 정하지 않고 더 자유롭게 진행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고, 나 또한 그 의견에 찬성했다. 축제의 주제를 정하지 않는 것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이때 좀 더 깊이 토의했다면 축제 준비 과정이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부터 각 학교별로 나눠서 활동하는 것이 아닌 장곡노루마루축제 준비기획단으로서 응곡중, 장곡중, 장곡고 학생들이 하나가 돼 활동이 진행됐다. ‘퍼포먼스(거리극), 공연, 부스, 홍보분과로 나뉘었는데 각 분과가 맡은 일도
랐고, 추구하는 것도 달랐기 때문에 서로 느낀 것이 많이 달랐다. 나는 부스분과에 소속됐다. 부스분과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스를 준비하기 전에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학생들이 준비를 다하면 그것을 검토하는 것을 주 활동으로 했다.
부스분과인 학생들도 부스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같은 친구이고 선후배이기 때문에 검토를 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홍보분과에서는 포스터 대회를 진행했다. 여러 우수 작품이 나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응곡중 3학년 학생의 작품이 선정됐다.
축제 준비와 학교생활을 하느라 너무 무심했던 것일까?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10월 4일, 축제를 2주 앞두고 장곡노루마루축제와 관련된 단체의 대표들이 긴급하게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만약 축제로 인해 시흥시에 있는 7개의 돼지농가 중 바이러스가 퍼져 나갈 경우의 책임 문제만 해결하면 축제를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3일 뒤 축제와 관련돼 있는 사람들 약 60명 정도가 모여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전체회의에서 경기도에 속하는 시흥시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휩싸인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돼지가 있는 충청도가 위험해진다는 이야기, 책임을 누군가 맡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요인을 들어 장곡노루마루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각 학교별로 학사일정에 맞춰 학교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마을축제를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공연을 준비한 친구들이 그랬다. 나도 4월부터 축제준비위원단으로 축제를 준비한 만큼 마을축제가 성대하게 열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선생님들 말씀처럼 더 큰 공동체와 연결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작년보다 축소된 축제에 속상해 하면서도 준비한 것을 함께 즐기기 위해 노력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것으로도 만족한다. 축제준비위원단을 했던 것이 나의 중학교 3학년 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시흥 응곡중 3 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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