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집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국·영·수를 공부할 때, 있는 집 아이들은 외국 사립학교에서 원전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에세이를 읽고 토론한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읽히는 ‘들어가며’에 적힌 내용부터 뭔가 찜찜하다. 있는 집과 없는 집,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해도 제자리걸음인 아이들. 공고해지는 계층 사다리를 제대로 건드린 것 같아 불편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당신의 아이가 그토록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제자리인 원인은 바로 이런 이유라 한다. 더 정확한 배경은 ‘생각하지 않는 삶’에 있다. <생각하는 인문학>(차이 作)은 50만 독자가 열광한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이 5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다.
소위 인문고전 읽기 붐을 일으켰던 저자는 전작의 실천편이자 심화편인 이번 신작을 통해 인문학 본질은 ‘독서’나 ‘공부’가 아닌 ‘생각’에 있음을 밝힌다. 책은 5천 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생각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세종대왕, 정약용,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의 과거 천재들부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현시대의 천재들이 소환됐다. 이들이 세계적인 인물이 동력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생각하는 인문학이다. 이는 초ㆍ중ㆍ고, 수학ㆍ과학 교과과정의 토대가 돼 학문적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것.
저자는 ‘생각하는 인문학’이란 곧 ‘살아 있는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란 뜻이다.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고 나서 인문학을 하게 해야 한다’(『논어』)는 공자의 가르침처럼, ‘거부가 된 사람들은 모두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자들이다’(『사기』)라던 사마천의 주장처럼, 인문학을 통해 어떻게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이를 통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입시 지옥, 자본 지옥, 취직 지옥에 시달리는 이유, 삶에 적용할 지혜를 찾기보다 책에 박제된 지식만 찾으려 해서가 아닐까. 인문학 공부가 왜 필요한지 의문인 이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볼만하다. 값 1만 8천 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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