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장애… 깊은 사랑

거리마다 쌓여 있는 낙엽을 밟으면서 사색을 즐기기에 아름다운 계절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산과 거리는 가을의 정취와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한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사무실 복도를 걷다 보면 복도나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운동을 하시는 장애인분들을 만나게 된다. 아주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운동을 하시는 분들, 쇼파에 앉아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장애인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갑자기 쓰러져서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 오랜 기간 투병하면서 서서히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생활하면서 겪었던 고충들,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다시금 강조하는 건강의 소중함, 경제적 어려움, 가족들의 돌봄 없이는 혼자서 생활하기가 어려운 점 등 우리가 깊이 알지 못했던 어려움을 토로하시기도 한다. 내가 원해서 장애가 오지 않고, 장애는 나를 피해간다고 장담할 수도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2017년 말 기준으로 254만 명이고, 전체 인구의 4.9%가 된다. 15개의 장애 유형 중 지체장애인의 비율이 49.5%로 가장 많다. (2018년 장애인 현황, 보건복지부) 통상적으로 선천적 장애는 5.1% 정도이고 90% 이상이 사고나 질환으로 인한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경우가 많다. 현재는 비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어제는 11월 11일로 많은 사람이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다.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들을 격려하고자 제정된 지체장애인의 날로 지체장애인들에 대한 권익을 보호하고 격려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1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지정했다. 11월 11일을 택한 까닭은 숫자 ‘1’처럼 힘차게 일어서자는 의미이다. 지체장애인들이 스스로를 첫 번째로 소중하게 여기고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오늘도 재활을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는 장애인분들을 만나면, 그 걸음에 얼마나 많은 삶의 이야기가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바쁜 일상에 쫓겨 우리가 돌아보지 못한 것은 없는지 오늘 하루는 발걸음을 천천히 하면서 우리 주위에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것들이 없을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휠체어를 탄 사람,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예비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장애인을 삶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최영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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