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6일. 손학규 경기지사 토론회가 있었다. 지방 언론사 논설위원ㆍ정치부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주관 방송사인 경기방송 보도국장이었다. 영어 마을, 대권 구상, 선거 자금, 측근 출마 등이 거론됐다. 손 지사의 답변은 능수능란했다. 대권 질문에는 ‘도지사 일을 재밌게 하고 있다’며 넘어갔고, 선거 자금 추궁에도 ‘쓸 만큼 썼다’며 피해 갔다. 그의 노련한 말솜씨는 패널-나를 포함-들을 무력화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사달이 터졌다. 토론회 중반 사회자 질문에서다. ‘분도론에 대한 의향’을 물었다. 손 지사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을 막았다. 사회자가 ‘북부 주민들이 도지사 얼굴도 좀 보고’라며 설명하자 다시 버럭 했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도민 중에 도지사 얼굴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고 쏘아붙였다. 느닷없는 ‘버럭’에 토론장 전체가 어색해졌다. 옆자리 여성단체 패널이 내게 필답을 건넸다. ‘이거 막 가자는 거네’. ▶2011년 4월 21일. 분당 아름방송 스튜디오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4ㆍ27 재보선 후보자들이 참여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와 민주당 손학규 후보도 거기 있었다. 토론 중반, 강 후보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냐”고 물었다. 갑자기 손 후보가 거칠게 답했다. “질문하는 의도가 뭐냐. 색깔론이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격앙된 목소리였다. 분위기가 ‘쎄’해졌다. 강 후보는 토론회 뒤 ‘다시는 안 하겠다’며 빠져나갔다. ▶경기도지사 시절, 손 지사가 남긴 몇 가지 행동 특징이 있다. 상대방의 손을 꽉 잡는 버릇이 있다. 식사 도중 밥상 아래서 손을 잡혀 본 사람이 여럿이다. 질문을 받으면 한 박자 쉬었다가 답하는 버릇도 있다. 간혹 질문한 기자가 민망해지는 몇 분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느닷없는 ‘욱’이다. 2004년 ‘도지사 토론회’ 때도, 2011년 ‘후보 토론회’ 때도 그랬었다. 대부분 상대방을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청와대 만찬의 진실은 뭘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쟁을 벌였다. 누구에게 원인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손 대표는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나라 생각 좀 해달라’고 했다”고 하고, 황 대표 측은 “(손 대표가)우리 당 안에 대해 ‘그것도 법이라고 내놓았냐’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시간 지나면 다 밝혀질 거라 본다. 그러면서도 또 한 번의 ‘욱학규’가 발동한 건 아닌지 추측하게 된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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