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많은 사망자를 냈던 ‘흑사병’이 중국 네이멍구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확진 판정 환자가 3명이다. 중국 보건당국이 정확한 원인과 전파 경로를 공개하지 않아 흑사병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선 2009년에 12명이 발병해 3명이 사망했고, 매년 1~2건씩 발병한다. 자칫 우리나라로 전파되는게 아닌가 걱정이다.
흑사병(Black Dearth)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주된 전파 경로는 페스트균을 보유한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서 전파된다고 하는데, 다른 소형 포유동물과의 접촉에 의한 전파도 있다. 감염되면 살갗이 검게 변하기 때문에 흑사병(黑死病)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이 병은 감염자의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사람간 전파가 가능해 금방 퍼질 수 있다.
흑사병은 1346년에서 1353년 사이 유럽에서 절정을 이뤘다. 중앙아시아에 떠돌고 있던 페스트균이 동방원정에 나섰던 십자군 병사들을 따라 1343년경 유럽 크림반도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림반도에 정박했던 화물선 안의 쥐들에게 페스트균이 옮겨졌고, 지중해 해운망을 따라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흑사병은 순식간에 번져 3년만에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러시아까지 전파되며 당시 유럽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갔다. 쥐 벼룩과 소형 포유동물, 사람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흑사병이 퍼졌다.
19세기말 흑사병 치료법이 개발됐다. 이로 인해 대규모 확산은 없을 듯 했으나 2012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256명이 흑사병에 걸린 사례가 보고됐다. 이 중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7년에도 500명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에서 매년 400여건의 흑사병 감염이 보고된다. 이곳에서 계속 발병하는 이유는, ‘파마디하나’라 불리는 독특한 장례문화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7년마다 망자의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 씻기고 새 옷을 입힌다. 그 후 옆에서 춤을 추며 의식을 치르는데 이 과정에서 흑사병에 걸렸던 망자의 체액에 노출되며 병이 전염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흑사병은 2010년대에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했다. 2012년 미국에선 감염된 길고양이에 물려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림프절 페스트 환자가 보고됐다. 올해는 몽골에서 설치류의 생간을 먹은 사람이 페스트에 걸려 사망했다. 이에 한국인 관광객도 예방적으로 격리된 바 있다. 페스트 발생지역 여행객들은 철저한 위생관리 등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국내 발병 사례는 아직 없지만, 페스트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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