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조의 무기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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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전태일이다. 60~70년대 정부마저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던 시절,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외치며 1970년11월13일 분신했다. 목숨을 내놓은 전태일은 이후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예수와 같은 상징적인 인물이 됐고,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당하던 노동자들의 삶은 점차 개선됐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보낸 지금도 곳곳에서 노사 갈등은 빚어지고 있다.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 대표 노조와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 사측과의 협상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되기 일쑤다.

최근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관련 내용이 주요 쟁점이다. 52시간 근무제를 하려면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임금 또한 자연스럽게 올라야 하지만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 노사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노사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잦아졌다.

노사협상 과정에서 노조 최후의 무기는 파업이다. 파업으로 사측에 타격을 입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 노조입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타격이 사측을 넘어 애꿎은 시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어 문제다. 특히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의 경우가 그렇다.

고양의 한 버스운수회사 노조는 지난 19일 노사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선언했다. 이 회사 버스는 20개 노선 270대가 운행하는데 ‘올스톱’됐다. 이로 인해 버스를 이용하던 고양시민 8만여 명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대체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고, 다음날까지 불편은 이어졌다.

21일 철도 노조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출퇴근시간 열차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불편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시민 불편은 불가피하다. KTX는 평시대비 68%, 새마을호는 58%, 무궁화호는 62%, 화물열차는 31% 수준으로 운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공 노조의 시민을 담보로 한 파업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거의 매년 반복된다. 노조의 이런 행태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대기업 노조들을 향해선 귀족노조라는 지적이, 공공 부문 노조는 시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 등이 비난받고 있다. 노조의 생존권 주장도 이해한다. 다만 방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과거 전태일과 시민을 볼모로 협상을 벌이는 지금의 공공 노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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