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통해 위로받는 시대

누군가 먹는 장면 통해 대리만족
매체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장점
소통·대화 단절… 악용되면 안돼

먹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방송, 소위 ‘먹방’이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방송 콘텐츠로,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터넷 방송, 개인 동영상 등 사회적으로 큰 인기와 화제성을 몰고 있으며, 고유 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에서도 큰 열풍이다.

‘먹방’ 콘텐츠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초기에는 타인과 향유하고 싶은 요리를 먹거나 먹으면서 요리 기원 및 방법 혹은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송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상업적인 가치를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많은 양의 음식 혹은 기이한 식재료를 먹는 등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는 왜 남이 먹는 장면을 보는 것을 돈까지 지불해 가면서 소비하고 만족감을 얻는 것일까? 직접 먹을 수 있음에도 많은 대중들이 간접적으로 방송을 통해 접하는 걸 선호하는 것은 사회심리학적으로 독특한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바 크게 두 가지 사회심리학적 요인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째, 대상행동 심리다. 쉽게 말해 정신 분석에서 정의하는 보상, 대치, 승화의 개념으로, 본래하고 싶은 행동을 유사한 다른 행동으로 처음 가졌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동이다. 이러한 대상행동 심리는 다이어트의 예시로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언론 이 기정사실화한 미의 기준으로 현 시대의 사람들은 표준 체중조차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다이어트 욕구는 사람들이 먹방을 소비하게끔 한다. 다시 말해 맛있는 음식을 소비하고 싶으나 사회적 시선과 기준에 내 몸을 맞추기 위해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 음식을 먹는 대신 먹방을 시청함으로써 대리 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대상행동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둘째,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달래기 위한 개인의 자유추구 즉, 관계 디톡스라는 사 회적 현상에서 유래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와 함께 ‘혼밥’ 문화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먹방 콘텐츠를 소비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여기서 인간 심리의 양면성이 드러난다. 사회생활을 하며 얽히는 무수한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해방 시키고자 하는 욕구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혼자라는 두려움을 지니고 있으며,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를 추구하고 싶은 유혹에 쉽게 휩쓸린다. 타인과의 관계에 지친 사람들은 물리적 공간에 혼자 있다는 사실에 만족함과 동시에 스크린 너머로는 먹방을 시청하며 대뇌에서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착각으로 고독함을 이긴다. 이러 한 방법으로 상반되는 두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하려 하는 것이다.

당대의 유행 콘텐츠인 ‘먹방’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문화가 시대의 사회심리를 반영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표면적으로는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자극적 콘텐츠 소비문화 이면에도 사회적 문제가 내포돼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식사는 사회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적, 공동체적인 것에서 벗어나 개인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 행위는 꼭 좋은 현상만으로 볼 수 없다. ‘먹방’이라는 유행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갈구하는 우리의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을 잘못됐다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대 사회의 매체와 미디어의 발전은 도움이 되는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매체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소통이 더 쉽고 용이하도록 도와주곤 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소통이나 대화가 단절되며 타인과의 관계에 벽이 쌓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 경화여고 2 나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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