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위트 있는 삶을 위하여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뒤플로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자기의 일을 계속하고 남성들은 여성이 응당히 받아야 할 존중을 표시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뷰가 없었더라도 5살과 7살 난 두 아이 엄마이며 세계적인 빈곤퇴치 연구의 전문가이고 최연소 수상자인 뒤플로 교수에게 많은 남성은 존중과 공감을 보냈을 것이다.

뒤플로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빈곤 지역의 여성 지도자는 남성 지도자보다 더 많이 일하고 뇌물은 덜 받았다. 가부장제가 강한 몇몇 지역에 국한된 사례이기 때문에 보편화 될 수는 없지만, 여성 지도자가 활약하는 곳에서 성장한 어린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며 조용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빈곤문제 해결에 있어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는 유의미하다. 빈곤문제와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미래의 성장동력이라는 점은 어느 곳에서도 부정될 수 없다.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6.4%가 여성의 취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50.6%는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답했다.

2019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중 임신ㆍ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69만9천명으로 19.2%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전년대비 8% 감소한 것으로 정부의 일ㆍ가정양립정책과 경력단절 예방정책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부족하다. 경력단절의 사유를 보면 결혼과 임신·출산이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육아만 33.5%에서 38.2%로 증가해서 올해 처음으로 가장 큰 경력단절의 사유로 올라섰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는 아이들의 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또한 우수한 여성 인력의 경력단절은 사회적 손실이다. 이전 시대의 산업이 대량의 설비와 토지에 기반을 두었다면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가능성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과 지식이라는 동태적 무형자본의 토대에서 성장한다.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감성과 공감능력, 심리기반서비스와 다양성에 기초한 창의성을 가진 여성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산업기술현장에 여성인력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위트(WIT, Women In Tech)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여건을 만들어야만 한국에서도 뒤플로 교수와 같은 인재가 나올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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