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구를 방문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위험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 점검을 갔다가 감금 및 추행을 당하는 등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2013년 수도검침원으로 일하던 여성이 검침하러 갔다가 살해당한 사건도 떠올랐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노동자이다. 가구를 방문하는 일의 특성상 남성에게 문을 열어 주기를 꺼리는 등의 이유로 ‘고객’이 여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가스, 수도, 전기 등의 검침원, 정수기 등 생활용품 업체 직원과 같은 직종이 해당한다. 이로 인해 불특정 가구 다수를 방문해서 일하는 여성들이 증가해 왔다.

그러나 여성 방문노동자는 혼자서 낯선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노동형태 덕분에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의지를 가졌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특정 가구 다수를 방문해서 일하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 방문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따라서 가구방문 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부와 사업주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책무를 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1982년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5천767천 명이었다. 2018년 현재는 1만1천893천 명으로 1982년에 비해 여성경제활동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탓에 과거에 비해 여성들이 다양한 직종에 진출해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성별직종분리가 작동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남성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안전문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성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직종의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등에 비해 서비스업 노동자가 경험하는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모든 노동자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일이 노동자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때 직종의 특성, 성별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가 ‘경기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2018년 3월)하는 등 노동자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향후 경기도의 노동자 안전정책이 성 인지적 관점에서 추진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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