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진화 거듭하는 행궁동 벽화마을

수원화성 안마을 행궁동의 12개 법정동 중 북수동은 상업지역이면서도 주택이 밀집해 있고 골목이 많아 상권형성이 안 되고 낙후된 곳이다. 쓰레기 투기, 좀도둑, 바바리맨 출몰 등 사건ㆍ사고가 줄을 이었다. 이렇게 방치된 골목에 살던 한 부부는 자신의 집을 고쳐 비영리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을 열었다. 실험적인 청년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하는 거점이자 쇠락하는 마을을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걸맞은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고자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보상만 기다리며 노인들이 살던 쇠락한 골목에 청년작가들이 드나들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안공간 눈에서는 예술가들의 전시활동뿐 아니라 골목의 오래된 역사를 드러내고 사람의 가치를 찾고자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기획하였다. 이때 참여했던 브라질 작가 라켈은 행궁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마존 강 유역의 신화이야기와 접목해 낡은 담장에 벽화로 표현했다. 이것이 행궁동벽화마을 조성의 시작이 됐다. 벽화를 보고자 사람들이 찾자 담배꽁초도 줄고 좀도둑도 사라져 안전한 마을이 되었다. ‘마을기업 행궁솜씨’를 창업해 작가들을 매칭하며 어르신들의 솜씨를 발굴해 전시도 하고 예술상품도 만들었다. 경로당이 커뮤니티 공간이 되고 생활예술창작 공간도 되었다.

인근 학교와 손잡고 학생, 교사, 학부형, 예술가, 어르신들이 어울려 ‘들썩들썩 골목 난장’ 골목축제도 이어갔다. 마을공동체가 복원되고 이사 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싶어 했다. 수원화성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골목 안으로 들어왔고 머물렀다. 대안공간 눈은 제6회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민주도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성공사례지로 알려져 전국의 지자체에서 탐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개발업자가 골목 안에 5층 빌라 허가를 구청에서 받으며 골목은 술렁였다. 그동안 어렵게 보존된 골목이 빌라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성사업소에서 문화시설로 지정했고 재산권 피해에 항의하고자 몇몇 주민이 벽화에 붉은 칠을 했다. 순식간에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골목은 다시 흉흉해져 사람들의 발길은 끊겼다.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들었던 골목 문화를 한순간에 망가트린 사태를 보며 많은 사람은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대안공간 눈에서는 다시 주민, 작가들과 함께 골목벽화를 복원하였고, 마을기업행궁솜씨를 중심으로 행안부 마을공방육성 공모사업에 빈집 4채를 달달한생활공방으로 재생하는 사업을 응모해 선정되었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행궁동벽화마을은 민관이 협력해 골목, 문화, 예술,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윤숙 조각가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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