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다리 하나쯤 있지
내게도 사다리가 하나 있어
손끝 자락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 놓인
반지르르한 홍옥 같은 꿈에 닿기 위해 밟고 올라가는
이동식 계단
그러나 아무리 길게 사다리를 늘여 올라가도
손에 잡히는 건 푸른 먼지 한 톨
그마져도 슬쩍 바람에 뺏기고 내려올 때면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란 후렴구를 부르곤 했지
생각해보면 사다리는 내게 버팀목이야
비상을 꿈꾸며 붙인 날개의 촛농이 녹아 추락할 때
사다리는 공중에서 늘어져 있었고
강을 건너지 못해 울고 있을 때 출렁다리로 누웠지
그보다 가장 중요한 건
네게로 가는 길을 한 달음으로 달려 갈 수 있도록
철길을 만드는 거지
그러기에 나는 너란 문자에 닿기 위해
오늘도 사다리를 놓지
<예술세계>로 등단.
시집 <기억나무에 남아있는 시간들> <동백꽃 저리 곱게 피었잖아>
청송시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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