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학생인권과 교권 사이 올바른 예절 교육

김기남
김기남

“여보세요.” “택진이 형, 밤 샜어요?”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 최근 어느 한 게임업체 광고에 나온 대화 내용이다.

초등학생으로 들리는 목소리의 고객이 기업의 CEO를 형이라고 친숙하게 부르며 질문하는 광고를 보고, 교단에 있는 교사로서 초등학생 고객이 상대를 부르는 호칭에 새삼 놀랐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샘이라고 부른다.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는 게 버릇없다고 배우며 한 자 한 자 떼어 부르며 자란 나로서는 선생님 성(姓)을 빼고 이름에 샘을 붙이는 호칭이 생소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젊은 선생님들은 친근해서 이 호칭을 좋아하고 현재 학교에서는 보편화된 호칭이 됐다. 사장님에서 형으로, 선생님에서 샘으로의 호칭 변화를 회사나 학교 구성원 간의 관계가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점차 수평적 관계로 바뀌는 변화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흔히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예절을 식사자리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 가정의 식사 풍경을 살펴보면 식구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시간도 없고, 먹더라도 휴대전화 보느라 대화도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나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활 전체에 깊게 배어 있었으나, 점차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이었던 어른 공경 문화가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독일은 부모님의 이름을 부른다. 그렇다고 그 나라의 문화에서는 이것이 부모를 무시하는 일이 아니며 미국은 부모나 연장자를 유(you)라고 호칭하지만, 예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예절은 각 나라의 문화나 가치관에 달라지는 것으로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어서 우리가 학교에서 강조하는 예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고,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예절 교육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수직적 예절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합당할까? 요즘 학생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강요당하고, 의견을 내지 못하게 무시당하는 것을 거부하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기에 이러한 일방적인 강요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아니다. 또한, 교사들도 학생들을 무조건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하고, 현재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존중받기만을 바라다보니, 학교는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갈등을 빚고, 몸살을 앓는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의 수직적 관계에서 예의를 따지는 것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예의를 가르쳐야 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학교는 소통과 공감의 문화 형성, 존중의 대화법 연수 등을 통해 지금의 갈등을 극복하고 교사와 학생 간에 진정성 있는 배려와 존중이 중요시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기남 수원 삼일상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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