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이 어린 아들 옆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졌다. 지난달 16일엔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베트남인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5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평소 언어 소통이 잘 안 됐고, 경제적 문제로 최근 부부 간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문화가정 폭력 사건이 이어지자 이주 여성의 안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문화가정 폭력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문화가정이 매년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다문화가정 폭력 건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결혼 이주민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 중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무려 절반에 가까운 42%가 발생했으며,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심한 욕설, 폭력위협, 한국식 생활방식의 강요 등의 학대를 당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결혼 당시 아무것도 모른 체 한국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문제로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폭행을 당한다 해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기 쉽지 않다.
가정폭력 사건 발생 시 가정폭력 피해자를 인계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부족 등의 이유로 다문화 가정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상습적인 폭행과 제2차 피해에 놓여 있게 된다.
다문화가정 내의 가정폭력의 우려가 심각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정폭력을 외국인이라는 이유와 사회적 편견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또한, 남편이 마음먹으면 결혼 이주 여성을 한국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제도 탓에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어렵기도 하다.
결혼 이주 여성은 결혼 비자로 입국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최소 2년을 채워야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때까지 체류하려면 한국인 남편이 신원보증서를 써 줘야 하며 남편이 이를 거부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다문화가정의 폭력문제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커다란 과제이다. 정부는 거시적 관점에서 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공존할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이주 여성의 인권 보호와 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가정 내 문제와 인권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승화돼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지금의 그들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어왔으며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외국에 나가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이미 잊어버리고 마치 남의 일인 것 마냥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재헌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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