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늘 그랬듯, 누구나 예상할만한 인물이 후보에 올랐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인물이 대상을 수상했다. 축하공연이 이어졌고, 연예인들은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김구라는 달랐다.
8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는 '2019 SBS 연예대상'에서 김구라는 대상후보로서 김성주와 인터뷰했다. "대상 후보에 올라 영광이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대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영혼 없는 뻔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뱉은 말은 꽤나 의외였다.
김구라는 작심한듯 소신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제가 대상 후보인 것 자체가 스스로 납득이 안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이 될까 걱정이다"라며 "방송사에서 구색 맞추려고 8명을 (후보로) 넣은 것 같다. 저는 기쁘지만 올해부터 억지로 표정을 못 짓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이 최우수 프로그램을 수상하자 "제가 받을만한 건 아니다. 부부들과 제작진이 애쓰는 프로그램이다"라고 겸손해하면서도 "지금 여러 복잡한 감정으로 두 시간 앉아 있다. 오늘 의상하고 목도리를 계속 만지작거리는데, 기회 봐서 가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김구라의 이러한 발언들은 웃음을 위한 농담이었다. 하지만 그 농담 속에 누구도 무시못할 현실인식과 묵직한 소신이 있었다. 그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구라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지만 앉아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누군지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연예대상 물갈이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 전 KBS도 시청률이 안 나왔다. 오래된 프로그램임에도 돌려먹기로 상을 받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앞으로 대상 후보에는 백종원, 유재석, 신동엽 정도만 넣어주자. 셋 정도만 해야 긴장감이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 어머니가 '넌 잠깐 나오는데 왜 죽상이냐'고 하시더라. 어머니 저도 사정이 있다. 더 이상 대상 후보 8명 뽑아놓고 아무런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시간 때우고 그러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상식은)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돌아가며서 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안다"며 "이제 바꿀 때가 됐다. 번갈아가면서 해야한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 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에선 김구라의 발언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한바탕 웃었다. 그러나 매년 진행되는 방송사 시상식이 '제식구 챙겨주기'라는 비판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수만은 없다. 이제라도 그의 발언을 곱씹어 연말 시상식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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