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왁인간' 선하지만 약한, 한 사내의 이야기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 방송 캡처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 방송 캡처

코피 루왁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난 뒤 배설한 씨앗을 햇빛에 말려 볶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커피를 말한다.

코피 루왁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사향고양이를 집단 사육하는 농장이 있다. 농장주들의 사향고양이 학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0일 방송된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은 코피 루왁을 배설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안내상이 연기한 정차식은 고졸 만년 부장으로 한때 가장 영업을 이익을 준 '최고의 세일즈맨'을 다섯 번이나 수상한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는 회사에서 자발적 은퇴 위기에 처했다.

'루왁인간'은 회사에 청춘을 바친 정차식이 코피 루왁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면서 풀어나간다. 농장주에 학대당하는 사향고양이를 빗대어 가정을 짊어진 가장으로서의, 무력한 정차식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는 상사에게 개처럼 충성하고, 부하들에게는 큰 소리 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거래처에 거래 해지 통보를 할 때도 조심스럽고, 그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그런 정차식은 상사들에게는 기르는 개처럼 군다고, 부하들에게는 한물갔다고 '폐차식'이라고 불린다.

그런 정차식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다. 커피 체리를 먹으면 코피 루왁을 배설하고, 이후에는 금을 배설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 사금을 배설하는 장면으로 '루왁인간'은 정차식의 환한 새 인생을 예고했다.

이렇듯 '루왁인간'은 애처로운 명퇴자의 일생에 한 줌 판타지를 섞어 풀어냈다. 작중 선한 정차식의 인품이 도리어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대장암과 명퇴, 그리고 그를 의지하는 가족들 등 막막한 현실 속에서 희망은 현실 속에 없었다.

'루왁인간'에서는 정차식은 사금을 배설하는 능력으로 희망을 보자면 현실의 '정차식'들에게는 발 디딜 곳 없다. 그러나 그의 인품에 생각하면 사금 같은 인맥이 그의 환한 새 인생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단두대가 자른 것은 목이 아닌 탯줄일지도 모른다.

장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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