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려고 해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불과 19년 전 인류는 새 천년을 맞이하며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와 함께 지구가 종말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호들갑을 떨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비상식량을 집안에 재 놓기도 했었다. 20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며 세상을 공유할 거란 생각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분실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두렵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디지털은 기술과 테크놀로지를 이미 뛰어넘어 동시대의 문화로서 우리와 전 세계를 실시간 연결하는 열린 플랫폼이 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원인 디지털 레볼루션(Digital Revolution)이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급속도로 변화시키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 세계가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의 폭발적 발전에서 비롯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고, 내용이든 형식이 사회적 환경과 무관한 예술은 없다. 예술은 그 무엇보다도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예술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계속 바뀌었다. 사진기의 발명과 영화매체의 등장으로 예술의 범위가 확장되었고 예술을 표현함에서 새로운 방식이 수행되기도 했다. 획기적 속도로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이 시대의 문화는 동시다발적이며 서로 융합하고 함께 생산되고 있다.
이제는 예술이라는 콘텐츠(Contents)와 기술이라는 콘텍스트(Context)의 성공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과 사회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여러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새로 만들어 감으로써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새해의 봄이 시작되는 3월 변화의 속도에 가속까지 붙은 역동적 세상에서, 우리가 함께 사는 조건과 방식을 진단해보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세상을 덮은 문화라는 거대한 거울을 깨뜨려 그 조각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생각의 경계선에 서서 사고의 확장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시각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함께 살 것인지에 대한 답들이 찾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