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보행자·운전자가 소통하는 교통안전정책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최근 약 10년간 연평균 3.3%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2천30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인구 2.25명당 자동차 1대가 다니는 셈이다. 급속도로 증가한 자동차로 인해 도로의 정체, 주차공간 부족, 대기환경 오염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와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여야 하는 국가적인 현안사항으로 대두되었다. 2018년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3천781명 중 1천487명이 보행 중 사망했다. 전체 교통사고의 약 40%에 이르는 수치이다.

최근 5년간(2014~2018) 보행 사망자 중 횡단보도 내 사망자수는 21.7%에 달하고 있어 보행자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시급한 현실이다.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양보하는지 실험한 결과, 10명 중 1명의 운전자가 양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제한속도가 30㎞h인 도로에서는 20%의 운전자가 양보했으나, 50㎞h 도로에서는 2.5%만이 보행자에게 통행권을 양보했다. 높은 속도로 주행하다 보행자를 발견하고 정지하기는 그만큼 쉽지 않으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보행 중 교통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보행자에게 통행권을 우선으로 부여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2017년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안전속도 5030정책’은 단순히 운전자의 과속을 제재하는 정책이 아니다. 운전자가 통행시간을 2분 만(서울 도심 16.7㎞를 60㎞h와 50㎞h 주행 실험결과) 양보하면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을 20%p 낮출 수 있어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접점을 찾아 안전하게 함께 가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이 외에도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주어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면 일시 정지해야 하는 관련 법 등의 개정이 예고된다.

여기에서 간과해서 안 될 부분은 무조건 운전자에게만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무신호 횡단보도 실험에서 의미 있는 실험결과로, 보행자가 횡단하겠다는 의지를 수신호로 표시했을 때에는 약 30%의 운전자가 양보한 것으로 나타나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적극적으로 본인의 횡단의지를 밝히고 운전자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로 위에서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일방적인 소통은 없다. 일방적인 소통은 결국 무관심과 충돌을 낳고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현안사항 들을 발생시킨다.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소통은 도로 위의 원활한 차량 흐름을 보장하고 안전한 보행환경을 가져다주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 운전자의 양보와 보행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교통사고 없는 교통문화를 기대해 본다.

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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