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내용 전개와 반어적인 제목 속 주제 의식 전달에 충실했습니다”…<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저자 김기우 작가 인터뷰

▲ 김기우 작가
▲ 김기우 작가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만의 색채를 입기 이전에 비판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미스터리한 내용 전개와 반어적인 제목을 활용했습니다.”

신간도서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세시 刊)를 출간한 김기우 작가(55)는 작품의 주제 의식과 자신만의 문학관을 말하며 이번 신간의 의의를 설명했다. 과거 국내 가족 소설로 유명세를 떨친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1996),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2000) 등은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개인주의 속 해체 돼 가는 가족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사랑, 희생, 헌신 등 형이상학적 가치를 지향했다. <아버지>에서는 주인공인 가장 정수가 가족을 위해 앞만보고 달리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까지의 이야기를, <가시고기>에서는 아들 다움이 난치병에서 회복되지만 정작 자신은 간암때문에 죽어가는 가장 호연을 주인공으로 그려내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콘셉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매개체가 질병과 재난 등이냐”라는 혹평으로 이어졌고 질병과 재난 등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도서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가족 주제 작품의 뻔한 클리셰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도 질병과 재난 등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달하나 그 서사 양상은 이전 세대 도서들과 사뭇 다르다. 총 8개 장으로 구성된 이번 신간은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대표적으로 ‘바다로 간다’ 장에서는 주인공 원휘가 늙고 병든 부모님, 그리고 가정을 내팽개치고 교회기도원에 들어간 아내 등과 같은 주변 인물의 상황에 갇혀있는 모습을, ‘봄이 끝날때’ 장에서는 주인공 K가 오랜 기간 가정을 내팽개쳐 놓고서 치매에 걸려 가정으로 돌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는 모습을, ‘누웠던 자리’에서는 주인공 ‘나’가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매형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아냈다.

외양만 봤을때는 흡사 이전 세대 작품들과 다를 바 없는 비관적 상황 속 인물들의 갈팡질팡한 심리상태 묘사만 드러나 있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다. 원휘는 부모님의 상태와 아내의 무관심보다는 오랜 친구이자 내연녀 역할에 가까운 해미에 보다 더 신경쓰는 뉘앙스를 보인다. 아울러 K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바라보며 원망과 애틋함을 느끼나 이와 별개로 졸업 논문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도 강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 인물들은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모습으로 현대 사회 가족의 해체와 공동체주의의 와해를 상징한다. 또, 교회기도원으로 들어가버린 원휘의 아내와 졸업 논문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K, 불교로 개종한 ‘나’의 누나는 각종 모임과 종교, 일에 매몰돼 개인주의로 향하는 현대인들을 상징한다.

▲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등장인물들의 행태는 공동체주의의 회복과 개개인이 가족으로 돌아가야 함을 강하게 설파한다. 당장 제목인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라는 제목부터 역설적으로 각 에피소드별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무의식적으로 가족으로의 복귀를 갈구한다. 아내의 교회기도원행에 당황하면서도 처가댁에 혼자 맡겨진 아이를 걱정하는 원휘, 결국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게 슬픔과 애틋함, 사랑 등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K, 매형의 죽음을 앞두고 평생을 열심히 살아 온 매형 내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나’가 바로 그 증인들이다. 주인공들은 가족의 해체와 공동체주의의 와해를 상징하면서도 과거로의 회귀를 제창하는 인물들인 셈이다.

그리고 매 장마다 1인칭과 3인칭을 오가고 인물의 죽음을 단순히 ‘숨을 거뒀다’, ‘세상을 떠났다’가 아닌 ‘매형은…아무 것도 소화해 낼 수 없어…결국 아사의 방식으로 암세포를 죽인 것이다…그리고, 그리고 매형은 어디로 가셨나’ 등의 감각적인 묘사 등을 통해 읽고 생각할 거리를 더했다.

저자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개간 <문학과 비평> 가을 호에 단편 <환>으로 등단한 이후로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봄으로 가는 취주> 등 소설과 동화 등을 집필하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왔다. 현재는 한림대와 소설아카데미 등에서 창의와 표현, 소설창작 등을 지도하고 있다. 그 동안 집필과 후학 양성을 위해 문학에 전력투구한 그의 문학관은 ‘문학인다움’이었다.

그는 “모든 작가마다 표현 기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판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사회에 크든 작든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표현기법과 인물 및 심리 묘사로 독자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값 1만5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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