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새마을이 뭘 그리 잘못했나

45년만에 내리는 경기도 새마을旗
장ㆍ노년엔 열심히 살았던 자화상
‘왜 개혁 대상 몰리나’ 서운함 안겨

반대한다. 새마을기 철거는 잘못이다. 상시게양 폐지라고는 한다. 언제든 게양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이건 철거다. 45년만에 쫓겨나는 것이다. 그 속의 위상도 사라지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본다. 그러니 신중한 거다. 시험 기간까지 거쳤다. 짧게 보면 2019년부터다. 길게 보면 2017년 성남시청부터다. ‘새마을’ 단체의 양해도 중하게 챙겼다. 모든 게 ‘철거’라서 필요한 공이다. 이렇게 경기도에서 새마을기는 사라졌다.

이재명 도지사가 SNS에 밝혔다. ‘…새마을기 게양 중단 왜?’. ‘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이 새마을운동에도 공과가 있습니다…옳은 일이라도 일방 강행은 갈등을 부르고 사회적 비용을 요구합니다…경기도민을 대표하여 새마을회기 상시게양 중단을 수용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런 말인 듯하다. ‘새마을기 게양 중단은 작지만 의미 있는 개혁이다. 새마을 운동에도 잘못은 있다. 단체의 양해를 얻었으니 도민 의견도 같다고 본다.’

이게 맞나. 대표 단체는 경기도새마을회다. 그런데 아니라고 한다. 금시초문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이상하다. 지난해 5월에도 소동이 있었다. 새마을회가 이재명 지사를 방문했다.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새마을기가 상시 게양됐다. 그 입장이 변했다는 얘긴 없다. 그런데 이 지사는 ‘수용해주셨다’고 밝혔다. 같은 글에서 이 지사는 ‘일방적 강행은 안 된다’고 강조 했다. 어디가 잘못인지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새마을회 동의는 있었나.

‘경기도민을 대표하여’도 보자. 물론 새마을회에 대표성은 있다. 긍정적ㆍ발전적 대표성이다. 새마을을 망칠 대표성까지 갖고 있진 않다. 홀수달엔 내리기로 했고, 짝수달엔 한반도기ㆍ세월호기를 건다고 한다. 안 걸릴 가능성이 크다. 새마을엔 부정적ㆍ퇴행적 변화다. 더 없이 중한 일이다. 폭넓게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도민 의견도 설문했어야 했다. 혹, 이런 절차 없이 ‘수용’했다는 건가. 그런 인사라면 거길 떠나야 한다.

‘새마을운동의 공과’도 보자. ‘박정희의 공과’는 역사가 정리했다. 정치 독재ㆍ민주화 탄압이 있다. 과(過)다. 빈곤 탈출ㆍ경제 발전이 있다. 공(功)이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다. 공의 영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계승해 발전시켜 나가자.” 72일 전 수원 발언이다. 바로 그 새마을의 깃발을 내리겠다고 한다. ‘과’가 있어서라고 한다. 대통령도 못 본 과가 뭔지 궁금하다.

1965~1980년. 평균 경제 성장률이 9.4%였다. 그 시기에 새마을기가 게양됐다. 이후 어떤 정부도 그 깃발에 손대지 않았다. 이유로 보이는 통계가 있다. 김대중 정부 5.3%, 노무현 정부 4.5%,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3.1%다. 끌어내릴 명분이 없었을 거다. 지금은 더 나쁘다. 2%대가 당면 목표다. 일자리가 없어 난리다. 참 아이러니다. ‘5.3% 시대’에도, ‘4.5% 시대’에도 건재하던 새마을 깃발이 ‘2% 시대’ㆍ‘경기도’에서 퇴출되고 있다.

그 시절, 세 잎 선명한 새마을 모자가 있었다. 자전거 탄 면서기의 징표였다. 마을엔 새마을 공장이 있었다. 동네 누나들이 2만원씩 벌었다. 개울가에도 새마을은 있었다. 동네 아줌마들의 취로사업장이었다. 쥐잡기도 새마을 운동이었다. 꼬맹이들이 해야 할 쌀 지키기였다. 그렇게 고생하며 살았던 세대다. 그들이 이제 장년을 넘어 노년으로 간다. 너나없이 침 튀기며 자랑삼던 새마을이다. 그런데 다 늦어서 새마을기 퇴출 소식을 듣게 됐다.

깃발이 뭔가. 경기도청을 수년 출입했다. 매일 국기 게양대를 지났다. 새마을기를 쳐다본 기억은 없다. 앞으로도 경기도청을 들를 것이다. 국기 게양대를 지날 것이다. 역시 깃대는 보지 않을 것 같다. 깃발이란 게 그런 거다. 객은 쳐다보지 않는다. 주인이 달면 그뿐이다. 조용히 세월호ㆍ한반도기 달았으면 그만이었다. 여기저기 선언한 일이 아니었다. ‘개혁 대상’이라며 힘 줄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뭐가 남았나. 새마을 세대에 준 이런 서운함 뿐 아닌가.

‘우리의 젊은 날이 이렇게 끌려 내려올 개혁 대상인가….’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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