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통

경자년 새해를 맞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그간의 인연에 대하여 돌아보며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등 쉴 틈 없이 손전화를 들여다보며 그동안 함께 살아온 지인들의 소망이 현실로 이뤄지는 새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바쁜 현실에서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오늘도 SNS를 통한 문자의 홍수에 떠밀려 가는 중이다.

오래전 지면에서 읽은 기억인데 참새를 다른 지역에 옮겨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고 한다. 이유인즉 사투리를 잘못 알아들어 외로워서 그런단다. 사실이 그런지는 차치하고라도 소통의 방법은 말과 글이 주가 된다. 어린 시절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얘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격해진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의 옛 얘기는 권선징악의 테두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책 속 글자의 나열은 점차 현실의 나에게로 옮겨와 자라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책을 읽기보다는 사람을 읽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밤을 새워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이 점철되어 있다. 책이 주는 질서정연함보다 감정이 붙어 있는 소리에 내 마음도 덩달아 쿵쾅거리기 일쑤였다. 주저하기보다 덤벼들어 싸워낸 기록들이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오늘의 나는 스쳐간 이들의 삶의 기록들을 기억하는 물레방아이다. 물이 마르지 않는다면 멈추지 않을.

2002년 카자흐스탄에서 식량문제 해결의 고민을 안고 지내던 어느 날 어르신께서 다녀가셨다. 대평원에 농사의 계획을 늘어놓자 그분께서 한마디를 던지셨다. “아, 내가 십 년만 젊었더라면 도전했을 것인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 말끝에 마음속으로 대꾸를 했다. (십 년 후에 다시 오더라도 똑같은 말씀을 하실 거라고)

나이가 들면, 아니 젊을수록 책을 읽는 삶보다는 책을 쓰는 삶을 지향해볼 일이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준다. 다만, 주저하다가 시도하지 못하거나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 가다가 아니 가더라도 간만큼은 이익이 될 것을 나는 믿는다.

지금 우리는 누군가의 꿈이 이끌어온 장대한 역사를 살아간다. 가난에 지쳐 울기보다 스승으로 삼고 장애로 굽어진 팔 대신 뜨거운 가슴을 먼저 내밀어 세상과 조우하던 한 사내의 뜨거움이 말이 되고 글이 되어 세상을 동요케 한다. 불합리한 제도와 불평등과 씨름했던 기억은 공정한 세상을 각인케 하였으리라.

새해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의 갈등과 분열을 물리쳐 세대 간의 간극은 메워지고 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해소되며 남북은 화해와 통일의 길로 함께하길 바란다. 더 크고 넓은 대동세상, 평등세상을 우리 힘으로 꼭 만들어 내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유재석 경기도일자리재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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