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새해 새사람 되기 쉽다

“단것 먹는 습관을 누구도 바로잡지 못했어요. 당신의 말은 꼭 들을 거예요.” 부모의 간청에 간디는 굳이 보름 후에 그리하겠다고 했다. 보름 후 부탁을 들어주었다. 부모가 의아하여 물었다. 왜 처음부터 그리하지 않았는지를. “사실 나도 나쁜 줄 알면서 단것을 먹고 있어서 먼저 고치는데 보름이 필요했습니다.”

얼마 전, 일본 동경대에서 한일워크숍을 마치고 나올 때도 뒤로 뺀 의자가 방해되었다. 한국 학생과 교수들 자리였다. 한국 전통예절 프로그램을 주관할 때 일이다. 교육 후, 몇 학생이 나눠줄 때처럼 한복을 반듯하게 접어 두고 갔다. 미국과 일본 학생들이었다. 미국 학생은 공공 매너였고 일본 학생은 ‘오모이 야리 (思いやり)’라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였다. 물론 우리도 반듯한 학생이 많다. 선조들은 가르침에 바른 마음과 몸가짐 즉 좋은 습관에 초점을 두었다. 퇴계는 경(敬) 사상으로 집대성했다. 참된 선비의 기준은 사실 이것으로 가늠했다.

무엇이 옳은지, 바른지 다들 안다. 태만, 흡연, 음주, 투척 등의 문제나 갑질, 악성 댓글, 버릇없는 행동도 결국 습관의 문제다. 이를 제어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을 뿐이다. 기호품도 그렇다. 마이크라이버 심리학자는 습관화된 3.5 잔 이상 커피의 카페인은 감정표현불능증을 유발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담배 해악은 이미 아는 바다.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을 지낸 박재갑 박사는 독극물에 비유했다. 질병과 무질서는 나쁜 습관의 집결체이고 건강과 성공은 좋은 습관의 결과인 셈이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행동 중 약 40%가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무심코 이뤄지는 습관에 의한다고 하였다.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따르면, 모든 습관은 뇌가 ‘익숙한 것으로의 신호 - 반복하는 행동 선택 보상의 쾌감’ 3단계의 고리로 순환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수정해야 한다. 금연 중에 술자리에서 담배 한두 대 허용되었다면 술자리부터 철저히 피해야 하는 원리와 같다.

서경(書經)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과 더불어 천성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습관은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습관을 잃기 쉽고, 다시 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나쁜 습관은 행하기 쉽다는 것이다. 빅토르 마리 위고의 말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가 그 예이다.

경자년이다. 인생의 복불복(福不福)은 점괘 등의 숙명론에 달린 것이 아니라 ‘세 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에서 더 현명하게 읽을 수 있다. 버릇은 습관은 만들고, 습관은 행실을 만들고, 행실은 새사람을 만든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고칠 게 많은 새해다.

이만식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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