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건강, 노인 자존감과 삶의 질 복원한다

2020년 새벽 벽두부터 일본 도쿄로 출발했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이 펼치는 노인건강 수명 연장하기 정책과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서다.

나리타 공항을 들어서면서 입국자들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입국 심사 전의 줄 서기 및 여권 등을 지참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크와 동선 안내를 했다. 곳곳에 배치되어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노인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노인 일자리 정책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 제도적 실천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인건비나 경제적 수입은 둘째치고 본인이 일하는 모습에 자존감이 서고 삶의 의미를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대한민국은 몇 년 후면 일본처럼 초고령사회가 된다. 인구 중 20% 이상이 노인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편안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현실적 사회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국내에는 요양원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집이 아닌 요양 시설로 입소한다는 것이 노인들 스스로, 또 가족들도 편치 않은 마음인 게 현실이다. 왠지 모르게 가족에게 버림받는 죄의식이 깔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본은 골격과 근육이 노쇠하여 활동이 불편하신 노인들이 요양원에 들어가셨더라도 수개월 후엔 다시 건강한 골격과 근육으로 재활해 활동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한다. 건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잘 발달 되어 있는 듯하다.

언제인가 TV를 통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노인건강 케어 매니저는 인터뷰에서 노인 케어는 국민 의료보험 절약을 위해서가 아니리 노인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이 건강하도록 복원시켜주고, 인권과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 했다.

의료비용 절감 등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가는 커다란 정책을 실현해 가는 근본적인 목적을 노인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준비하는 우리와는 같은 듯하지만 다름을 느꼈던 부분이다.

노인이 병들게 하지 않고, 노쇠를 늦추며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과 예산이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 늘 느끼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리 정책과는 다른, 예방 정책이 철저함을 배웠다.

내 어머님도 하루가 다르게 노쇠하신다. 가끔 어머님의 기억력 건강과 신체의 노쇠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기로 변해가며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내가 배우고 느꼈던 것들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준비해야 함을 다짐해 본다.

안을섭 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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