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감사의 마음’ 전하는 설 되길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제도를 꼽으라면 필자는 ‘가부장제(patriarchy:父權制)’를 꼽는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유발 하라리(Yubal Harari)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Sapiens)’에서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사회에서 표준이 되었고 정치적 격변, 사회적 혁명, 경제적 대변화에도 버틴 제도라고 기술하면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생물학적 차이와 달리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젠더(Gender)는 사회와 관습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이 ‘심각한 비즈니스(Serious Business)’가 최근 굉장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심각한 비즈니스’의 급속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때와 상황이 ‘명절’이지 싶다. 조상님을 잘 섬기고 기려 존중하면서 가문과 후손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가부장적 부계사회의 전통적 상징인 제례는 여성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시하는 유교적 성역할 의식을 기반으로 공고화되어 왔다. 하지만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이제 여성들은 가부장적 문화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중심의 인식과 행동으로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혼신청 298건에서, 설과 추석을 전후로 10일간은 하루 평균 656건의 이혼신청이 접수해 2배 이상 증가한다. 정순화 고려대학교 가정교육과 교수는 “여성들은 명절에 시댁에서 물리적인 가사 노동뿐 아니라 시어머니·동서 눈치 보기 등 감정적인 스트레스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대다수 남편은 아내들을 제대로 공감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가사노동의 시간과 강도의 문제뿐 아니라 감정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니 설 명절을 앞두고 어떤 마음과 태도로 설 명절을 보낼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얼마 전 G마켓이 545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배우자에게 설날 선물계획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76%로, 20대(40%), 30대(63%), 40대(82%), 50대(90%)로 갈수록 선물계획이 높게 나타났고 배우자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2%는 ‘고생한 배우자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라고 응답했다. 선물도 좋지만, 명절마다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휴식으로 선사해주었던 아내, 혹은 어머니에게 피로를 한 방에 날려줄 ‘수고했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가족구성원들은 장보기, 요리하기, 설거지, 뒷정리와 쓰레기 버리기, 청소 등을 나누어 분담하는 실천과 행동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설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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