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평택 확진자 방치… ‘우한 폐렴’ 경기도 비상

세·네번째 환자 수일간 무방비 노출
직·간접적인 접촉 인원 수십명 달해
안일한 행정… 주민들 공포감 확산

국내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확인된 27일 오후 성남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한 우한 폐렴 의심환자가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입실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국내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확인된 27일 오후 성남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한 우한 폐렴 의심환자가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입실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정부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을 예고했으나 고양ㆍ평택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한 폐렴에 경기도가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보건당국이 고양ㆍ평택 확진자를 수일 동안 방치하는 등 ‘뒷북 행정’으로 일관, 감염자들이 아무 제약 없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되며 우한 폐렴 확산 공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27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확진자는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 지난 20일 귀국한 A씨(55)다.

A씨는 귀국 다음날인 21일 감기 증세를 보여 평택의 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25일 의료기관을 재방문하고 나서 우한 폐렴 의심환자로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았다. 이후 26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은 결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최초 의료기관을 찾았던 21일부터 재방문한 25일까지 약 4일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A씨가 보건소로 옮겨져 능동감시 및 폐렴 진단 등을 받았던 25~26일 역시 마찬가지로, 보건소 직원들은 27일 오전 7시가 돼서야 출근하는 등 안일한 행정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가 머물렀던 의료기관은 폐쇄 조치 후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A씨가 재방문한 25일에만 A씨와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한 인원이 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확진자’ B씨(54) 역시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으나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어 유증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지난 25일 오전 9시40분께 질병관리본부로 자진 신고, 같은 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명지병원)으로 격리된 뒤 26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의 경우 우한 폐렴 초기 증상이 발현한 23~24일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기도 해 총 70여 명에 달하는 인원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B씨는 이 기간에 성형외과와 음식점, 호텔, 한강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여러 장소를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우한 폐렴 확진자가 수일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곳곳에 옮긴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지역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확진자의 경우 입국 당시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무증상’ 상태로 들어온 탓에 자신이 우한 폐렴 환자일 수도 있다는 의식 없이 마음껏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중국 우한지역에서 입국한 모든 사람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2차 감염을 통해 악화하는 것을 대비하려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필요 시 군 의료 인력까지도 투입하고, 군 시설까지도 활용해 대비하라”고 말했다.

박명호ㆍ김민서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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