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베트남의 설 문화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설날은 한 해를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설다, 낯설다, 삼가다 등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설날 명절을 보내는 이웃나라는 어디일까?

베트남에서는 ‘뗏(Tet)’이라고 불리는 베트남의 설을 보낸다. 베트남의 설은 우리와 매우 유사한데, 조상의 영혼이 1년에 한 번 집을 찾아오는 날로 뗏이 되면 가족들이 고향에 가서 덕담을 나누고 복을 기원하며 지낸다.

베트남에서 뗏은 한 해의 가장 중요한 명절로 새로운 해의 시작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전통문화에서 서로 유사성이 매우 많다.

베트남에서는 뗏이 되면 곳곳에 꽃시장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또한, 섣달 그믐날 자정을 지난 새해의 첫 시간은 그 해 복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 첫 손님을 모시는 풍습이 있다. 이를 ‘쏭덧’이라고 한다. 새해 첫날 복이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쏭덧에는 가장과 띠와 사주가 맞고, 관직에 있거나 학식이 있고,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한 집안의 남성을 초대하여, 한 해의 복과 번영을 비는 행위이다.

이때, 방문자는 조상신을 모신 제대 상에 향불을 피우고, 덕담을 하고,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나누어 준다. 세뱃돈은 붉은 봉투에 넣어서 주는데 붉은색은 행운과 부를 의미한다. 쏭덧을 마치고 날이 밝으면 이웃의 친척이나, 선생님,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아침에는 찹쌀로 만든 ‘반쯩(Bnh Chng)’이라는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우리나라의 떡국과 비슷한 의미가 있다.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설날에 대한 풍습이 몇 가지 있다. 이런 고전적인 부분에 대해 ‘미신이다 아니면 꼰대 같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직 지켜야 하는 예(禮)로 여겨지고 있다.

첫째, 설날 전에는 집안을 청소하고 장식하지만, 명절 기간에는 청소하면 행운이 쓸려나간다고 생각하여 청소하지 않는다.

둘째,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지 않는다. 새해 첫날에 돈을 빌려주면 한 해 동안 가족의 형편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믿고,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으면 다른 사람에게 ‘福’을 넘겨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 설날 전에 선물 받은 옷과 구두는 새해가 되면 입는다. 이는 지난해의 나쁜 기운을 벗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새해 첫날 금기하는 것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신보다 풍습에 가깝고, 중국문화인 유교사상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왔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해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설날 복을 선물하고 선물 받는 풍습에서는 우리나라와 베트남 모두 1년 동안 서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재헌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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