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의 문제를 고발하다, 고광률 <시일야방성대학>

오늘날 대학, 교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돼 온 대학 내의 기득권, 대립, 비리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일야방성대학>(나무옆의자刊)이 출간됐다. 우리 현대사를 유기적 연결고리로 꿰뚫으면서 통시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오래된 뿔>의 고광률 작가의 신작이다.

무대는 교육부에서 부실 판정을 받고 재정 지원이 제한될 위기에 처한 일광학원 산하 일광대학교다.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에 이른다.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이어 고소, 고발전으로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 총장 자리를 둘러싼 오너 일가와 전임 총장 간 대립, 그 과정에서 폭로되는 재단 비리, 재단의 줄 세우기, 교수들의 자기 사람 심기 등 대학 사회 내부의 치부와 비열한 권력 다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고광률 작가는 스스로 30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투사와 반투사의 장치로 책을 펴냈다. 소설에서 현 총장 모도일과 전 총장인 주시열,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 공민구를 중심으로 얽힌 이들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도인 동시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봤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오늘날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등을 잘 들여다보길 바랄 뿐”이라며 “글을 많이 아는 지식인들이 그 신분과 지위를 이용하여 어떻게 사실을 뭉개고 진실과 정의를 어떻게 조리돌림 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이 얕은 소설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밀도 높은 언어와 단단한 구성, 확고한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권력 다툼과 특권 의식, 이권을 위해 양심과 인격과 자존심마저 남김없이 내던지는 교수라는 이름의 인간 군상이 보여 주는 진실을 위장한 거짓투성이 성채를 만날 수 있다.

값 1만4천원.

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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