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도내 다중이용시설 직격탄

“접촉 자체가 민폐·불안”… 하루 수백명 몰리던 매장 ‘텅텅’
확진자 왔던 곳 추정 대형마트 등 ‘기피 1순위’
사우나서도 공용비누·수건 대신 개인용 사용
세번째 환자 치료 명지병원은 외래환자 34%↓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도내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도내 한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쇼핑 카트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조주현기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도내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도내 한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쇼핑 카트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조주현기자

“접촉 자체가 ‘민폐’고 ‘불안’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 포비아가 도내 다중이용시설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에 직격탄을 날렸다.

29일 오전 찾은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A대형마트.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자가 거쳐간 곳으로 추정되는 이 곳은 현재 고양시민들이 외면하는 ‘기피 1순위’ 장소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평소 수백여 명의 주부들이 몰리던 식품, 생활용품들이 들어선 지하 1층은 매장은 말 그대로 ‘한산’그 자체였으며, 간혹 눈에 띠는 고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이에 반해 호황을 누리는 매장도 있었다. 마트 내 입점한 생활용품할인판매점은 이틀 연속 수백여 개에 달하는 손 세정제 물량을 확보해 비치했지만 순식간에 동이 났으며, 이날은 물량 확보가 안돼 입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점원은 “아무리 평일이어도 사람이 이렇게 없는 광경은 처음 본다”며 “이 정도로 파급 효과가 클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낮 시간대 수원의 B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 3층에 위치한 식당가는 평소의 북적거림 대신 구석 한 켠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시민 몇명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기용품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점원과의 일정한 이격거리를 두며 대화를 시도하다 의사 소통에 불편을 겪는 모습도 포착됐다.

용인시 처인구의 한 사우나도 평소 이용객 3분의 1 수준의 손님만이 해당 장소를 찾았다. 손님들은 목욕탕에 비치해 놓은 공용비누 대신 자신의 세안제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시민들은 매장에서 제공한 공용 수건 대신 개인용 수건을 별도로 마련해 물기를 닦는 등 공용 사용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도내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CGV 평택소사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조주현기자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도내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CGV 평택소사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조주현기자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거쳐갔거나 치료를 진행 중인 의료기관들도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며 발길이 뚝 끊긴 형국이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세 번째 확진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고양시 명지병원의 외래 환자 예약 취소율은 설 명절 전 후로 34% 감소했다. 더욱이 통상적으로 취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수술 취소율도 20%나 증가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확진자가 머무르는 공간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의 불안과 공포는 이런 상황에서는 존중해야 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불안과 공포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신종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이 어떻게 입원이 되고 격리 병상에서 치료받는지의 과정을 몰라서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4번 확진자를 최초로 진료한 평택365연합의원에 대한 진료중지 해제 조치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진들이 대부분 자가 격리됐기 때문에 아직 진료를 재개하지는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 하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평택 송탄보건소는 네 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7일 진료 일시중지 조치된 365연합의원과 관련, 실내 소독 절차를 끝내고 28일 진료 중지를 공식 해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두고 한 주민은 “과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소독 몇차례로 깔끔히 제거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해당 의원을 방문하는 것은 둘째치고 인근을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송탄보건소 관계자는 “확진자들이 탑승한 비행기도 내부 소독 후엔 다시 운항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전문 소독 업체를 통해 건물 내부를 소독했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박명호ㆍ김민서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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