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던 박쥐, 도심서 속속 발견… “바이러스 우려에 신고건수 증가”

최근 경기도 내 주택가와 아파트단지, 도심 등지에서 ‘박쥐’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에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박쥐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진 탓에 혹여나 바이러스가 추가 전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등에 따르면 이달 17일 부천, 19일 평택, 29일 안산ㆍ광명 등 도내 곳곳에서 박쥐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소방당국은 최근 한 달 동안 총 5번 현장에 출동, 각 가정이나 도로 등에서 포획한 박쥐 5마리 중 4마리를 인근 숲이나 산에 방생하고 1마리를 유관기관에 인계했다.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역시 이달에만 수원ㆍ광명 등 지역에서 5건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 0건, 2019년 같은 기간 2건과 비교했을 때 다소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박쥐의 출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현재 시점이 박쥐의 ‘동면기’이기 때문이다. 박쥐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습도가 높은 굴이나 폐광에 머물며 겨울잠을 자는데, 최근 따뜻한 날씨와 추운 날씨가 오간 탓에 수분 섭취량이 일정하지 않으면서 ‘목이 말라’ 깬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박쥐가 수도권 한복판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 지난 27일 수원시 인계동에서 박쥐 사체가 발견됐다는 글이 SNS에 게재되자 ‘수원에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지 않느냐’는 등 의견이 나왔다.

그동안 박쥐는 천곡동굴이 있는 강원도 동해, 폐금광이 있는 충남도 홍성 등에서 주로 출몰한 만큼 경기도 도심에서 드러난 것이 ‘박쥐 수’ 자체가 많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정철운 한국박쥐생태보전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텃새 박쥐는 다른 야생동물과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고, 평소 아파트 등에서 살기도 한다”며 “갑자기 박쥐가 늘어나거나 많이 등장한 것은 아니며 기후 변화에 따른 평범한 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박쥐 수는 그대로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우려로 박쥐 관련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박쥐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바이러스 숙주로 판명된 것은 아닌 만큼 국내 박쥐에 대한 무분별한 경계보다는 세밀한 연구와 현황 파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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