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눈 구경하기가 어렵다. 한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근래 들어 눈다운 눈이 가장 안 내리는 겨울이다. 상대적으로 겨울비가 많이 온 온화한 겨울이기도 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겨울 날씨라고 하기에는 비교적 온화하고 걷기운동을 하기에는 적합한 이 겨울에 나는 나를 위하여 오늘도 2시간을 걸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나를 매일 걷게 하는 걸까?
나는 지난 4년 동안 매일 꾸준히 10㎞를 걸었다. 약 1만5천㎞를 걸은 셈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임을 고려하면 왕복(약 800㎞)으로 대략 18번을 걸음으로 걸은 셈이다. 당연히 나의 건강을 위하여 걷기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행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신체활동부족은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과 같은 비감염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걷기운동은 우리 몸의 건강질환 예방 측면과 운동 효과 측면에서 가장 손쉽게 접하고 행할 수 있는 운동으로 알려졌고 임상연구에서도 그 결과가 입증됐다. 우선, 걷기운동의 질환 예방 효과는 우울증과 폐질환, 당뇨와 고혈압을 낮추는데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고,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과 관절염 등의 질환 예방에서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으며, 걷기운동의 운동 효과 측면에서는 체지방을 태우는 데 최고이며, 안정적인 혈당 수치의 유지, 심혈관 건강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실외 걷기운동 시 비타민D를 합성시키고, 특히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손쉽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내가 걷기운동을 매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운동의 효과나 효능뿐 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정신과 의사결정을 가장 크게 돕는 정신(精神)운동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사회와 조화하여 살고 있고, 타인과 교류하여 내 생각과 의지를 전달하여야 하고, 때로는 주장하고 때로는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즉, 나의 정신세계인 사고(思考)의 체계를 이 사회에 표현하여야 한다. 그 사고의 체계를 좀 더 세련되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는 초(超) 스피드시대로 그러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한계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걷기운동인 것이다. 매일 2시간의 자기성찰과 반성 그리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1석2조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의 탁월한 토대이고 습관인 셈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중앙도서관 입구에는 ‘생각하는 자 천하를 얻는다’라는 글귀가 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자기반성만이 급변하고 복잡한 이 세상에 동화하여 세상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성공 동력이며, 나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는 원초적인 힘이다.
김태형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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